만 3년째 ‘매일 15분 책읽기 인증방’을 관리 중이다. 누군가가 완독하면 완독 인증을 데이터로 반영한다. 최근 3일은 완독 업데이트를 미뤘다. 설 명절이라 시댁에 내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정 식구들도 4남매로 형제가 많지만, 시댁 식구들은 6남매로 친정보다 그 수가 더 많다. 엄밀히 말하면 2명 차이인데, 결혼해서 두 배, 각자의 자식도 있으니 차이는 3배로 벌어진다. 그래서 삼시세끼만 차려도, 20명이 넘는 대인원을 위한 식사 준비 시간, 식사 시간, 식후 정리 시간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설거지 후 뒤돌아서기 무섭게 약과, 찹쌀떡, 과일과 같은 후식을 차려내면 남는 시간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게다가 양념게장, 더덕무침, 전 등을 만들다보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때론 내 발이 땅 위에 붙어 있는지 공중에 둥둥 떠있는건지 감이 안 올 때가 있다. 하도 야채를 많이 다져서 손목과 손가락 일부가 얼얼하다못해 시큰시큰 아파오기도 한다.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몸의 피곤함을 털어내고자 각자 자리를 잡고 휴식 후 작당한다. 시댁에서 책 읽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참여하신 분들의 데이터 관리할 여력은
충분치 않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Helga Kattinger님의 이미지
그런 내가, 한밤 중인 지금 인증방에 완독 인증을 몰아서 체크업했다. 이유는, 설날인 어제 친정으로 이동함에 있다. 친정에 와서도 주방을 차지하는 건 내 몫이지만, 친정이라서 좋은 이유는 말할 필요가 없다. 딸이 외식하자면 외식할 수 있는 친정! 밥을 대충 먹자고하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친정! 모두 잠든 후, 책 보고 글 써도 눈치보지 않는 친정집은 허기질 때 입 안에 떨어지는 꿀과 같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듯 ‘시댁은 시댁이요 친정은 친정’임은 어쩔 수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