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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라의 일기장 Sep 25. 2023

시험관 시술 중 운동

마지막 시험관을 준비하다.

“하낫! 둘! 셋!”

선생님의 구령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다리가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다리 떨지 말고요! 코어 힘!”

‘으으으윽’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난다. 아, 정말인지 내가 왜 이 고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꾸준히 운동하게 된 건 모두 시험관 시술 덕이다. 나는 다섯 번의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몸무게가 10kg이 늘었고 (실은..좀 더 늘었으나 뒷자리는 생략한다.)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시험관 시술을 멈추고 운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시험관 시술 때문에 살이 찌는 건 아니라고 ‘팩폭’을 날렸지만 나는 억울했다. 병원에서는 운동은 30분 이내 산책 정도만 하고 고단백 음식을 먹으라 해서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잘 먹고 누워서 잘 쉬었을 뿐이다.

      

시술을 쉬면서 2년 동안 영양과 운동을 공부하며 실천하고 나서야 시술에 좋다는 각종 음식은 고단백이지만 고지방인 경우가 많고 열심히 먹었던 각종 즙은 혈당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잘못 알고 있던 것은 식사량이었다. ‘잘 먹는 것’은 ‘많이 먹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매끼 필요한 식사량은 많지 않았다. 양껏 먹었던 나는 영양과다였던 셈이다.      


잘 쉰다는 건 누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다. 잘 먹는다는 것은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적절한 양을 먹는 것이다. 나는 몸을 돌보는 법을 몰랐고 무지했다. (이거 나만 그래요?)      


병원에서 30분 산책을 안내한 이유는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을 기준으로 말한 것일 뿐 운동을 원래 했던 분들은 임신 중에도 꾸준히 운동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임신 중 운동할 수 있다면, 시험관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는 이번 시술은 다르게 하기로 했다. 지난 2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몸무게도 살찌기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시험관 시술에 좋다는 음식은 잊기로 했다. 하던 대로 영양을 골고루 고려한 식단을 고수하고 하던 운동도 시술 중에 평소와 다름없이 했다.      


그러자 이번 시술은 예전과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 체력이 좋아지니 약물에도 힘들지 않았고 긴장과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해소할 수 있어서 마음이 안정되었다. 시술 전후 인바디 체크를 했는데 시술 중 투여하는 약물이 ‘임신’ 관련 호르몬이라 그런지 복부와 엉덩이에 체지방이 확연하게 늘었으나 시술 후에 금방 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시험관 시술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시술 후 회복 기간에 컨디션은 과거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 나는 운동과 몸 상태를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데 몸이 완전히 좋아지려면 6개월이 걸린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예전엔 두 달에 한 번씩 시술을 강행했었는데 이것이 얼마나 몸에 무리가 갔었을까 상상할 수조차 없다.      


시술이 끝난 후 다음 시술을 할지 고민에 빠졌다. 내 나이 42살, 조금만 더 있으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내게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몸이 회복했으니 예전처럼 바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 번이라도 더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이건 머리로 결정할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몸이 해야 할 일이니 물어보자. 눈을 감고 찬찬히 몸을 살폈다. 호흡을 따라 정신을 집중하고 몸 구석구석 관찰했다. 그러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목표는 임신이지 시험관 시술이 아니야!’

     

그렇다! 건강하게 임신하고 출산하려고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이지 시술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나는 몸이 준비될 때 다시 시도해 보겠다고 결심했다.      



‘몸 회복하는데 6개월, 몸을 다시 세우는데 6개월’     

1년이 지나자 나는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음은 희망에 설레었고 몸에는 힘이 넘쳤다.      


그렇게 내 삶에 마지막 시술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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