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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에 Aug 13. 2021

절망 속에 피는 희망의 꽃

다시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성냥팔이 소녀


zoe


                                 

절망의 바닥에서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성냥팔이 소녀

십이월의 어느 추운 겨울밤 하얀 첫눈이 올 때쯤이었습니다. 마르고 창백한 작은 소녀가 얇은 누더기 옷을 입고 추위에 떨며 성냥을 팔고 있었습니다. 손은 동상에 걸리고 곳곳에 멍이 들었으며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소녀는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살았는데 유랑생활이 다 그렇듯이 벌이가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간혹 돈이 다 떨어질 때면 소녀는 성냥을 팔아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습니다.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만약 성냥을 팔지 못하면 아버지에게 호되게 혼이 났기 때문에 성냥이 다 팔리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추운 거리에서 성냥이 팔리기만을 기다렸지만 그날따라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연말의 분주함 때문인지 소녀를 본체만체하고 지나갔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쓸쓸하게 얼어붙은 소녀는 막연한 기다림에 지쳐 고개를 푹 숙인 체 한동안 차가운 눈물이 흘렸습니다. 


이때 불현듯 소녀의 머릿속에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성냥 사세요!’를 아무리 외쳐도 성냥은 팔리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노래를 만들어서 불러 보면 어떨까? 


잠시 후 소녀는 이름 하여 '성냥팔이 소녀의 이야기(The Little Match Girl‘s Story)'라는 곡을 즉석에서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지금 비록 꽁꽁 얼은 손을 불며

추운 거리를 헤매는 성냥팔이소녀     


얼어붙은 마음을 사르르 녹여줄 성냥 사세요.   

  

슬픈 마음에 신나는 파티가 열리고

함께 춤을 추게 된다네.     


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지켜줄 성냥사세요.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고 

사랑하게 된다네.     


어두운 마음에 환한 불을 지펴줄 성냥사세요.





소녀는 단 한 번의 체계적인 훈련도, 타고난 미성의 가수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애절한 울림과 간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소녀의 노래는 묘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때마침 ‘클럽 미러클’의 사장인 루이 스미스가 마차를 타고 이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소녀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와 꽂혔습니다. 남루한 차림의 자그마한 체구의 소녀가 내는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는 마차에서 내려 소녀를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에 데려와 정식으로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습니다. 


소녀는 이 일로 즉시 생활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제안받게 되었습니다.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던 상냥팔이 소녀에게 드디어 '마법 같은 기적'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욕심 많고 폭력적인 아버지의 반대로 모든 일이 허사로 돌아갈 뻔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눈치챈 루이 사장은 소녀의 아버지가 요구하는 모든 돈을 지불해 주었습니다. 이윽고 소녀는 무사히 아버지의 곁을 떠나 자유롭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소녀에게는 노래의 성공뿐 아니라 값진 기적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소녀가 혼자 있을 때,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쓸쓸한 마음이 뜰 때면 예전에 아무리 기다려도 성냥이 팔리지 않아 고개를 숙인 체 차가운 눈물이 흘렸을 때처럼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눈을 감으면 불현듯 아름다운 악상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소녀는 ‘절망 속에 피는 희망의 꽃'이라는 곡 외에 수많은 아름다운 곡을 발표하였습니다. 어느새 소녀의 명성은 전 세계에 퍼져나갔으며 순회공연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강하고 진한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소녀의 외롭고 불우했던 ‘과거의 흔적’들은 상처 받고 학대받는 소녀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 주었습니다. 또한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많은 이들에게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과 힘을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주목해야 할 한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마침, 때마침’으로 매우 우연으로 보이는 상황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거리의 성냥팔이 소녀를 희망을 노래하는아름다운 여성으로 드라마틱하게 인도해 줍니다.  

    

견디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며 당당하게 일어서는 이들에게는 ‘우연을 가장한 하늘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 이야기는 성냥팔이 소녀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아닙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고달프고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소녀가 절망의 바닥에서 부르던 희망의 노래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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