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이 예고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갈 때
Chapter1:
소중한 사람이 예고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갈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슬픈 예감이 들 때가 있나요?
저는 최근 연로하신 엄마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사랑하는 엄마, 아직도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엄마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대해 생각이 미치면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한없이 울적해집니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합니다. 사랑했던 사람들, 어린 시절의 꿈, 반려견, 정든 일터, 이사, 건강하던 신체 등 그동안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고 우리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러고 보면 상실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속성이자 우리 삶의 일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상실로 인한 슬픔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힐 것이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사실 우리 곁을 떠나간 그 대상은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상실의 대상에게 받았던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그 가치를 보존하고자 하는 집착일 수도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났을 때, 상실한 대상을 잊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차라리 그 대상을 기억하며 충분히 슬퍼하는 ‘애도 작업’을 통해 이별을 고하면 제대로 잘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애도란 장례를 치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어떤 죽음에 대해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감정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에 대한 죄의식, 증오 등이 표현되지 않는 방식으로 나한테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애도의 작업을 회피한다면 10년이 지난 후 그 상실의 경험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는 겁니다. 과거의 상실이 어느 순간 증상을 만들 내면서 삶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면, 반드시 되돌아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멜랑꼴리의 검은 마술 중에서
애도는 단순히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실천하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동’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성숙하는데 필수적인 과정이자 생존의 기술입니다.
회피하고 억압된 감정들, 사랑, 증오, 죄책감 등의 다양한 감정들은 애도의 과정을 통해 제대로 직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때의 그 경험을 되살아나게 하는 상황이나 사건을 만나면 그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우리를 우울하고 고통스럽게 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상실의 대상과 제대로 된 ‘이별 의식’을 하지 않으면 현재의 삶을 힘들게 하는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