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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Jun 18. 2024

서로의 퍼즐로 하나의 작품 만들기

 살면서 한 번쯤은 퍼즐을 맞춰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비교적 큰 퍼즐 조각으로 이루어졌던 손쉬운 퍼즐부터

과연 다 맞출 수는 있을지 라는 생각이 드는 500피스짜리 퍼즐까지 퍼즐의 종류는 다양하다.


 난 퍼즐을 즐겨하진 않지만,

퍼즐을 맞출 때면 먼저 전부 앞면이 보이게 정리하고, 가장자리 퍼즐부터 다 맞추고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중간으로 채워 나간다.

그게 가장 일반적이고, 퍼즐을 맞춰나가는데 손쉬운 방법이니까.

하지만 아닌 사람도 있다는 걸 비교적 최근에 알았다.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채워가는 사람도 있다.

그림이 천천히 차오르듯 완성되는 맛이 있어서 어렵고 오래 걸리더라도 그렇게 맞춘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퍼즐을 맞추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난 지금 결혼이라는 새로운 퍼즐을 아내와 같이 맞춰가는 중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인생이 합쳐지는 것이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여기서 조금 더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아예 아무것도 없는 두 사람이 만나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두 인생의 결합이며, 크게 보면 두 가정의 결합이 결혼이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것을 맞춰가야 하고, 또 이해해 가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지금까지 만났고, 달라진 건 크게 없어 보이는데

맞춰야 할 것도 많고, 또 맞춰가야 할 것도 많기만 했다.

처음엔 내 퍼즐을 좀 빼면 되겠구나. 간단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다면, 결혼생활이 너무 이상적이고 아름답기만 하지 않을까?

나의 한 개를 빼려고 했더니 이것저것 같이 빼야 할 것이 우수수 딸려 나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의 성격, 습관, 관념, 저축과 소비의 습관까지 등등

많은 것이 얼기설기 뭉쳐 이미 큰 조각이 된 퍼즐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나의 한 가지를 빼거나 고치는 것은 나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한 이 퍼즐 조각은 꼭 이 자리에 맞춰야 된다는 고집이 서로를 대립하게 만들었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이젠 혼자서 나만의 방식으로 맞춰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방식도 고려하고, 배려해야 하니

결혼이란 퍼즐의 난이도는 높기만 했다.


 그렇게 맞춰 나가면서 느낀 것은

부족해서 무언갈 채워야 하는 경우보다 넘쳐서 빼야 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와 나의 퍼즐은 잘 맞기도 하지만, 잘 맞지 않기도 하기에

누군가는 양보하거나 자신의 조각을 바꾸거나 다시 조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배려와 사랑으로 그 부분을 채워나가야 맞출 수 있다.


이렇게 맞춰나가는 것이 힘들거나 버거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서로 맞지 않아 다투고 또 다투다

다시 맞춰보려고 했을 때

상대방은 나를 위해, 나는 상대방을 위해 조각을 새로 조립해 왔을 때이다.

혹은 너무 맞지 않는 부분도 사랑과 배려로 너무도 쉽게 덧칠하고 맞춰나가는 경험도 있다.


그렇게 우린 서로의 조각을 이젠 우리의 조각으로 받아들이며

결혼이란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여전히 우린 맞춰가야 할 부분도 많으며, 또 함께 만들어가야 할 부분도 많다.

그래서 여전히 우린 때론 다투고, 토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 함께 맞춰나가는 것이 결혼 생활이고,

우린 맞춰나가겠다 기쁘게 다짐했으니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린 잘 맞춰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멋진 그림을 맞춰나가고 있다는 기대가 있다.

또한 그것이 결혼에 앞서 사랑이 주는 원천적인 힘이라 믿는다.


결혼이란
내가 지금껏 맞춰오고 있던 내 인생의 퍼즐 조각과
상대방이 지금껏 맞춰오고 있던 인생의 퍼즐 조각을 한 곳에 모아서
하나의 작품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다.

뭉터기 뭉터기 안 맞는 부분도 있어, 어지럽게 붙여놓은 부분도 있고,

아직 손도 못 된 부분도 많다.

반대로 이상하리라만큼 잘 맞는 부분도 있다.

또한 이젠 우리의 퍼즐로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영역도 있다.


다행인 것은 도안도 없으며, 도안이 없기에 정답도 없다는 것이다.

완성된 작품이 꼭 네모 낫지 않아도,

어딘가 좀 엉성해 보이고 또 보기에 따라 엉망일지라도

맞춘 사람이 만족한다면 문제 될 게 있을까?

결혼생활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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