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문 터진 물건 8
말 문 터진 물건말
내 이름은 스페레2다.
죽을 때까지 자기 뱃속의 것을 끝까지 밖으로 토해내야 하는 저주를 받은 스프레2.
있는 힘껏 팔을 당겨 다리에 붙여야 토하기 때문에 이 노동의 대가로 허리가 굽어져 있다.
그 누구도 이 굽은 허리를 편 걸 본 적 없다.
노예처럼 허리를 한 번도 펴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
"팔을 당겨서 속에 있는 걸 확 끌어올려야 해요. 그리고 확 뿜어내야 해요- 있는 힘껏.
아 -메스꺼워 그래도 참아야 해요. 속에 것을 끝까지 다 토해내야 하는 게 우리 운명이니까요.
속이 다 비워지거나 고관절이 닳아서 허리가 잘 못 움직이거나 목이 막혀 캑캑 대면서 질금질금 토하거나 확 뿜어질 수 없으면 그땐 우리는 버려져요.
재활용 분리수거 플라스틱 존으로 던져진답니다.
영원한 휴식의 시간, 생명이 끝나는 시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 가끔은- 영광이라고 해야 할지 고통의 시작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배속에 다른 것을 채워서 재생, 부활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답니다.
그게 우리 스프레2의 운명이에요."
스페레2들은 한숨이 나왔다.
자신들의 운명을 거부하고 싶었다. 굽은 허리 굽은 등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속상하고 매번 팔을 당겨 뱃속을 토해 내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왜 이런 운명을 타고났을까?
자신의 동그랗게 굽어버린 등이 견딜 수 없었던 젊은 스프레2는 화가 나서 집을 뛰쳐나가고 말았다.
위험하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스프레이는 뒤도 안보고 나가버렸다.
세상을 다니다 보면 알게 되는게 있지 - 걱정은 하면서도 그런 무모한 행동을 마음으로 응원을 했다.
등 굽은 스프레이가 제일 먼저 만난 것은 공처럼 동그란 뚜껑이었다.
"우리는 뱅글뱅글 머리를 돌려서 열어서 속에 것을 꺼내 쓴단다. 조금 어지럽지만 나름 괜찮기는 해- 그리고 또 뱅글뱅글 내 목에 난 골과 병에 난 골을 맞춰서 돌리거든 부드럽게 잘 맞으면 좋은데 잘 못 맞추거나 억지로 맞추면 끼이고 아플 때도 있어. 그럴 땐 불쾌하지만 참아야 해. 너무 꽉 조여서 숨이 막힐 때도 있긴 해.
"넌 동그랗고 예쁜 머리를 가졌는데도 불만이구나 "
"응 하지만 너처럼 팔이나 허리는 없어 - 불행하게도 나는 그냥 텅 빈 머리뿐이야. 병 모양에 따라서 가끔 예쁜 장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 뭐 해-
그리고 우리 사촌 중에는 그냥 한번 열면 버려지는 애들도 있거든 걔들 보다는 좀 더 오래 산다는 것 말고는 더 좋을 것도 없지 뭐."
그다음 만난 것은 스페레2의 사촌이라고 알고 있는 펌프였다.
"야 말도 마라. 너는 팔을 당기면 되지만 난 머리를 꾹꾹 누른다고 그래서 머리가 납작해진 거야.
얼굴도 없어졌어, 하도 눌러대서 말이야. 머리를 누르는데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아니, 너는 그래도 확 뿜어내면 속이라도 시원하잖아. 우린 똥 싸듯이 뱉어내야 해.
부드럽게 눌러서 기분이 좋게 속에 것이 올라올 때도 있어 쾌변이지 ㅋㅋ.
하지만 어떨 땐 자기 화난다고 사정없이 누르는데 진짜 뇌에 쥐 날 것 같았어.
가끔 내 목이 삐걱 대면서 걸려 안 눌러질 때가 있거든 그럼 이리저리 돌리고 틀고 두드리고 -
야, 펌프로 사는 거 너무 힘들어 "
그다음 만난 것은 투명하게 속이 비어 있는 병의 입을 막고 있는 코르크 마개였다.
"난 한물간 코르크 마개야. 사실 예전에 다들 나를 사용했다고. 지금은 너도 나도 싸고 편한 플라스틱 뚜껑이 최고지. 나 같은 나무껍질로 만든 마개는 이제 쳐다보지도 않지.
하지만 여전히 와인 병은 나를 써야만 하지. 와인 병의 긴 입을 깊숙이 막는 일 그건 우리들의 마지막 자존심이야. 멋진 일이지. " 코르크 마개는 회상에 잠기는 듯했다.
" 어쨌든 예전의 영광은 플라스틱 뒤로 사라진 지 오래야. 우리가 가진 수많은 자연친화적인 장점들은 싹 다 잊어버렸어. 편리하고 싼걸 누가 마다 하겠니. 나도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사실 지구는 힘들어하고 있지. "
속상해하는 코르크 마개를 떠나 밤이 깊어서야 힘든 걸음을 멈추었다. 그때 가만히 앉아 하늘을 보고 있는 아기 천사를 만났다.
귀여운 천사는 작은 새가 있는 새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모기약도.
"여기로 와서 쉬어요. 스프레2님. 작은 새는 지금 잠들었으니 조용히 해야 해요" 천사가 말했다.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스프레2가 깜짝 놀라 물었다.
"나는 여기 이렇게 앉아서 매일 밤낮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답니다. 그래서 모든 것들을 다 잘 알고 있지요. 늘 한 자리에만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제 일인걸요.
새는 평생 새장에 갇혀서 테옆을 감아주어야 새장 속에서라도 움직일 수 있어요. 그래도 항상 명랑하고 귀엽게 울지요"
"모기약은 뚜껑을 열면 냄새가 지독해요. 한 방이 있는 쿨한 친구예요. "
"그리고 저는 스프레 2님을 알고 있어요. 한 동안 제 옆에 서 계셨어요. 스프레2님이 뿜어 내는 방향제가 제 머리 위로 내려앉기도 했어요. 그때가 제일 신나는 날이었답니다. 새장에도 내려앉았는데 아기새가 촉촉하게 젖은 깃털을 부리로 닦으며 얼마만의 샤워냐고 행복해했어요. 우리는 스페레2님이 칙칙 -치치칙-- 공중으로 뿌려질 때 너무 신나요." 아기 천사가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등 굽은 스프레2는 천사의 말을 듣자 이상한 기분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등 굽은 스프레2는 집으로 로 돌아왔다.
소식을 듣고 걱정을 하고 있던 스프레2들이 몰려왔다.
등 굽은 스프레2는 떠날 때와 달리 화가 난 모습이 아닌 평화롭고 행복한 기쁜 모습이었다. 스프레2들은 등 굽은 스프레이가 자신을 찾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모두 기뻐하고 축하했다.
그때 스프레2들의 아버지인 푸른 스프레1이 나타났다.
넓은 흰 망토가 고관절을 덮어 보이지 않았고 멧돼지 송곳니 같은 짧고 날렵한 팔이 앞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등이 수평으로 펴져 있었다. 단번에 앞으로 확 뿜어져 나갈 준비가 된 몸이다.
정수리에는 분사기능 조절 장치가 붙어 있었다.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었다
" 잘 들어 두어라. 우리 조상은 인간의 입이란다. 입에 물을 머금고 힘을 주어 뿜어낼 때 두 입술 사이를 떨어서 물을 아주 미세한 방울로 만들어 멀리 분사시키는 것이었지. 풀 먹인 광목을 녹녹하게 하고 풀 바른 한지를 팽팽하게 했지.
우리들은 정수리에 그 인간의 입을 달고 태어나서 진화해 온 훌륭한 종족이다.
앞으로 태어날 스프레3, 스페레4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죽는 날까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스프레1의 말이 끝나자 스프레2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가득 찬 얼굴로 서로 마주 보며 어깨동무를 했다.
굽은 등, 펼 수 없는 허리가 부끄럽지 않았다.
모두는 팔을 힘껏 끌어당겨 더 멀리까지 배 속의 액체를 확 - 뿜을 생각에 온몸이 빵빵해졌다.
스프레2들은 기쁨에 충만한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