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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Jul 27. 2024

유대의 촛대

죽은 나무와 산 나무  4

그해 봄 시장에서 2천 원을 주고  꽃 기린 화분 하나를 샀는데 어찌나 잘 자라는지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가지 끝마다 꽃을 피워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 너무 잘 자라서 가지를 잘라 물고기 컵에 심었더니 물고기 머리가 꽃으로 가득 차도록 자랐다. 다음 해 좀 넓은 화분으로 옮겨 심어줬더니 사춘기 소년들처럼 거칠 것 없이 가지들이 위로 마구 올라갔다.


한껏 자란 꽃기린 화분을 보고 있다가 이건 유대의 촛대야 하고 속으로 외쳤다. 긴 목 끝 끝마다 작은 꽃불을 켜고 밤낮을 지키고 있다. 지면 또 피어나고 꺼지면 또 키는, 지금 전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과 청년들과 어머니와 아버지와 노인들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는, 그 땅에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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