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거

죽은 나무와 산 나무 5

by 신정애

허락도 없이 슬며시 남의 방에 자리 잡는다. 염치없을 법도 한데 이렇게 사는 게 어때서 라며 오히려 당당하다. 심지어 약하고 어린 주인은 더 빛나고 강한 기세에 찍 소리 못하고 밀리는 기분이다.


그렇게 건방지게 동거를 시작한 명아주는 어찌나 과속으로 자라는지 놀라움의 연속이다. 세상 거칠 거 없이 꼬맹이 단풍나무쯤이야 정말 무시하고 자신이 주인 행세를 한다. 굴러 들어온 명아주가 아예 집을 통째로 차지하고 떵떵거리며 주인이 되었다.

구척장신에 가늘고 긴 곁줄기가 자꾸 자랐다. 그 줄기들은 가녀린 긴팔이 살짝 휘면서 그리는 곡선이 춤을 추는 듯하고 그 끝에서 작은 잎이 만들어 내는 조용한 여백은 너무 매력적이 이라 베란다의 어떤 꽃이나 나무도 당할 수가 없었다.


사람도 굴복시켜 떠나기 전 영정 사진을 찍어 남기는 귀찮음을 불사하게 했다. 키가 문 높이를 넘어서 배경 천이 모자랐다. 참 대단하다. 단 한 번의 여름을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보내고 가는구나.

명아주가 죽었을 때 가지들을 나란히 묶어 말렸다. 이 마른 가지들은 살아 생전 그 명성을 지키려는듯 해가 갈수럭 더 꼬장꼬장힌 기세로 방 한편에 서서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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