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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09. 2024

다리를  잃어 말은 못하지만

내가 박살 낸 것들 16

치마에서 종소리가 나는 작은 유리 천사 이야기다. 내가 만든 조명에 달면 딱 예쁠 것 같아 두 개를 샀다. 유리가 얇고 약해서 가져올 때도 포장을 풀 때도 조심조심 다 잘했는데 마지막 조명에 걸다가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불안이 현실이 되었다.


주름 치마는 박살 났고 치마 속의 맑은 소리를 내던 작은 방울도 날아갔다. 치마가 없으면 방울이 있어도 소리를 낼 수도 없다. 날개와 얼굴, 가녀린 팔은 무사했다. 하반신을 잃고도 천사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장애를 극복하도록 해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천사의 치마를 대신할 것을 찾다가 가운데가 살짝 볼록하면서 편편한  푸른색,노란색이 썩인 유리 장식품이 눈에 딱 들어왔다. 찾았다. 딱 맞는 치마가 되어줄 것 같았다.

   

상반신만 남은 천사를 그 위에  올려놨더니 너무 잘 어울린다. 푸른 치마폭으로 우주를 다 품고 있는 듯하다. 다리를 잃어 말은 못 하지만 이제 천사는 몸으로 더 많은 말을 하게 되었다.  

  

 다른 한 천사는 조명에 매달려 살짝 건들면 영롱한 목소리로 살아있음을 기쁘게 노래한다. 가끔  ‘너 새 치마, 정말 멋지다’  건너편 친구의 새 치마를 질투하는 것 같기도,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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