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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17. 2024

말 달리자

죽은 나무와 산 나무 7 


목동에는 화단에 감나무가 심어진 학교가 많다. 아파트 화단에도 감나무가 있고 가로수도 감나무가 있는데 아마 한 때 감나무를 가로수나 정원수로 심기를 권장한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감나무가 있는 화단 앞에 주차장이 있어 감꽃이 차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꽁지 빠진 감이나 꽃받침, 잎이 떨어져서 사람들은 자리가 없으면 몰라도 그 자리를 피해서 주차를 했다.  


나는 거기 감나무가 있어서 좋았다. 감꽃 몇 개가 차 유리창에 떨어져 있으면 반갑고 아직 야자수 머리를 한채 꽁지 빠진 손톱만 한 감도 귀여웠고 단풍 든 감 잎이 떨어져도 좋았다.   


어느 겨울 퇴근을 하다 감나무 아래에서 신기하게 생긴 가지 하나를 발견했다. 죽은 가지가 부러져 떨어진 것이다.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달려가는 사람 같기도 하고,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말 같기도 해서 말 달리자란 이름을 붙여 줬다. 


10년째 달리다 보니 작은 가지들이 떨어져 나가고 처음 모습과는 조금 다른지만 여전히 웃기는 모습으로 힘차게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가끔 넌 말이 아니고 나무였다는 것을 일깨워 주려 꽃 장식을 달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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