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정애 Sep 13. 2024

우주를 유영하다

죽은 나무와 산 나무 29 

잎에서 향이 나는 작은 나무였다. 처음부터 건강하지 못해서 애를 태우더니 꽃을 맺다가 죽었다. 뽑아 보니 뿌리가 꼬불꼬불 살려고 어지간히 애를 쓰며 지냈구나.  복잡한 미로 같은 뿌리를 씻어 밝은 조명 아래 매달아 주었다. 


액자 속의 피카소의 비둘기와  빛바랜 종이 비둘기 모빌, 나무. 셋이서 하늘을 날고 있다. 

종이 비둘기의 볼록한 배는 한 번도 꺼진 적이 없고 피카소의 비둘기도 액자 속에서 나와 본 적이 없다. 

나무가 오자 액자 속의 비둘기 날아와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갔다. 종이 비둘기는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배에 달고 있는 메시지를 나뭇가지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나무가 죽으면  이렇게 우주를 떠다니는 것 아닐까? 

평생 한 곳에서 꼼짝없이 산 게 한이 되어 영혼만은 이렇게 자유로이 우주를 유영하는 것은 아닐까. 

서로 마주 보며 심심하던 두 비둘기가 죽은 나무를 환영하면서도 죽음을 애도한다.  

수없이 많은 나무들이 떠다니는 우주의 숲에는 죽은 나무들의 정령들이 별이 되어 빛난다. 그 숲에는 새들의 영혼도 날아다닌다. 작은 비둘기들과 참새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과 나무의 영혼이 우주의 숲을 빙글빙글 유영하고 있다. 


이전 29화   어린 왕자 서커스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