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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Sep 10. 2024

마다 댁

 죽은 나무와 산 나무 26

꽃 기린은 가시가 있어서 만지기 어렵지만 그 가시가 꽃기린의 자존심 같아서 좋다. 새로 나오는 가지들이 기린이 목을 빼듯 위로 자라는 모습은 매력적이고 그것보다 더 내 마음을 뺏는 것은 진초록의 물방울 모양의 긴 타원형 잎이다. 가끔 정형화되지 않은 잎이 나오는데 그게 더 예쁘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꽃기린은 아플 때 정말 예쁘다.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시만 남은 가지옆구리 어디에서 돋아나는 하트 같은 잎도, 잎도 없이 가시만 가득한 가지 끝에 본능으로 피워내는 눈곱 같은 꽃 하나가 나올 때 – 그냥 감탄한다.


잘 자랄 때는 가지가 퉁퉁하게 살이 찌고 많은 잎이 다투어 길고 크게 자란다. 가지 끝에 올라오는 꽃대가 길고 튼실하며 꽃이 두 단, 2층으로 핀다.

가끔 꽃심에 이슬 같은 달큼한 꿀이 맺혀있을 때도 있다. 밖에서 해를 보면 더 진한 빨간 꽃이 피는데 오래간다. 너무 부지런해서 일 년 내내 쉴 새 없이 꽃이 피고 지고 핀다.

진초록과 빨강의 대비가 주는 강렬함과 작은 꽃이 무리 지어 피는 소박함도 즐길 수 있다.   

   

잎이 두꺼워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고 가지를 잘라 꽂으면 웬만하면 뿌리를 내린다. 이런 생명력을 지닌 꽃기린은 게으른 사람들이 기르기 딱 좋다.

추위에 약하다는 것이 오히려 실내에서 기르기의 장점이 된다. 계속 떨어지는 꽃이 귀찮을 수도 있는데 말려서 모아 두면 여러 가지 용도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나의 보살핌에 가장 열정적으로 화답을 하는 식물이라고 생각한다. 가시가 있는지 잊어버리게 해 줄 정도로.


알고 보니 꽃기린은 태생이 마다가스카르다. 아프리카 - 어린 왕자의 바오밥나무가 뿌리를 머리에 인듯 자라는 곳,  멀리서도 왔네. 바오밥나무와 인도양의 푸른 바닷가, 뜨거운 태양, 꽃기린 덤불. 동화 같다.  


꽃잎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꽃잎이 아닌 포엽이고 그 안의 노란 좁쌀 만한 게 꽃이다. 어쩐지 꽃 모양이 좀 원시적이라 했다. 줄기에 수분을 저장하는 일종의 다육식물이란다. 그건 짐작한 대로다.  이제야 꽃기린이 좀 이해가 된다.


흠 - 마다가스카르에서 왔다----그럼 택호가 마다가스카르댁?  줄여서 마다 댁.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마다댁 -너의 택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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