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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Sep 09. 2024

흔해도 귀해도

죽은 나무와 산 나무 25 

가을날 조금만 교외로 나가 산길을 걷자면 널린 것이 나무 열매들이라고 할 수 있다. 흔하면서도 쓸모없는 것을 집에 들여오는 경우는 잘 없는데  흔해도 귀해도 가까이 두고 보면 모두 예쁘다. 지지마 끔(각자) 매력이 다르고 향기가 다르다. 어쩌다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애들이다.  


내가 누군지 한번 맞춰볼래? -흑자주색의 이 쭈그러진 과일을 보고 단번에 뭔지 알기가 어렵다. 자세히 봐도 쉽지 않다. 이렇게 통째로 말려진 감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보통 감은 껍질을 깎아 말리면 곶감이 되고 생감은 상온에 두면 홍시가 되어야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몇 년 동안 그대로 말라 쪼그라들어서 지금은 반질 반질 돌처럼 단단하다. 꼭지가 없으면 감인지 알기도 어렵다.  

까끌까글 재잘재잘 - 항상 셋이, 세 갈래로 열리는 삼둥이, 오리나무 열매다. 만지면 까까머리 쓰다듬듯 까칠하면서도 단단하고 가늘게 갈라진 철사 같은 정교한 솔모양이 앙증맞고 섬세하다. 나무 밑에 수두룩히 떨어져 그냥 밟고 지나가게 되지만 하나 주워서 집에 가져와서 보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떼굴떼굴 땍때구르 - 명랑할 듯한데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칠엽수 열매. 밤과 닮았다는 말을 싫어한다. 독성이 있어서 그냥 먹으면 안 된다. 단단하고 반질반질하다.  크기도 딱 맞고 무게감이 있어  나의 공깃돌이 되어 같이 놀아 주니 좀 뻐긴다. 

단번에 눈을 확 사로잡는 화려한 주홍색 열매. 마고자 호박 단추 같은 요놈은 도대체 뭐지? 소철 열매다. 잉? 이게 열매라고? 의심을 하게 한다. 처음엔 반지르하고 빤빤한 게 더 예뻤는데 지금은 주름이 좀 잡혀있다. 하지만 어쩌면 색깔이 이럴까? 여전히 거짓말 같다.


                                                                            

모두 조용히 해라. 말해 무엇하랴 -너무 흔해서 지나치는 솔방울, 집 안에 들어오면 안 되고 부엌이나 마당에 서 불쏘시게나 했던 것인데 요새는 집안에 들어온다. 그래서 더 정겹다. 방울이라는 예쁜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목질로 된 비늘이 단단하고 거친데 그것 조차도 이미 알고 있어 편하고 친하다. 

작은 아기 솔방울은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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