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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Sep 08. 2024

비밀이 있다

죽은 나무와 산나무 24

후문 옆 화단에 제법 나이가 든 대추나무가 있는데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퇴근하던 발을 멈추고 구경을 하다 잘린 가지 가져가도 되냐고 했더니  이거 가져 가 어디 쓰냐고 하시면서도 전지가위로 잔가지를 다듬어서 주셨다. 빳빳한 대추나무 가지를 차 뒷자리에 싣고 집으로 오는데 나무 냄새가 났다. 자꾸 돌아보았다.


 대추나무 가지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과시했다. 멋을 아는 듯 엇갈리며 고집스레 뻗은 가지와 딴딴하고 매끈한 붉은 껍질이 주는 단순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어디에 두어도 어떻게 장식해도 그 공간을 장악하는 자만심이 풍긴다.   


가지 끝에다 뜨개질로 뜬 꽃을 하나씩 꽂아 꽃가지가 되어  평소엔 기대 서서 꽃나무가 되고, 크리스마스에는 누워서 구유를 장식하고 밋밋한 도자기 조명 뒤에 서서 운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규칙적이어서 놀랍고 기막히고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는 애매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대추나무 가지를 보면 그렇다. 규칙이 없는 듯한데, 규칙이 있는 것만 같아서 자꾸 살펴 보게 된다. 그게 뭔지 찾아보려고 애쓰게 한다. 저만의 비밀이 있는 듯 하다.


백 년이 가도 썩지 않을 듯  대추나무 가지는  해가 갈수록 단단해지고 더 꼿꼿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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