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사실은 나 'S교' 야. 미리 말하지 못하고 숨겨서 미안해.. 볼때마다 가슴 한 켠에 마음이 무거웠었어. 정말 미안해. ...선의의 거짓말이었어...
그들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순간.
미안하다는 첫 마디를 들었을 때 나는 직감했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래~ 어디 이야기나 들어보자!
나는 덤덤하게 그들을 마주하며 커피 한모금을 쭈욱 들이켰다.
그들을 노려보며 화를 내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도 않았다.
충격적이거나 당황스럽거나 놀랍지도 않았다.
찜찜하고 꺼림칙한 부분의 조각난 퍼즐들이 하나의 완성된 그림으로 맞춰져 갔다.
1. 낯선이의 친절을 조심하라
어느 무더운 여름 날,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왔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아이가 귀엽다며 말을 걸었다.
몇 마디 나누다 엄마들,여성들을 위한 좋은 강연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나는 솔깃했었고 다음 강연 일정이 정해지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에 의심도 없이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왔다.
문화센터에서 종종 특강을 하였기에 그곳에 속해있는 강사일거라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더 확인해보지 않고 연락처를 선뜻 남긴 행동이 어리석다. )
며칠 뒤, 카톡이 왔었고 다른 A강사를 소개시켜 주었다.
A의 직업은 상담사라고 하였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어 만져주는 상담사.
그때 당시 나는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A는 나의 공허했던 지친 감정과 마음을 공감하며 달래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계발을 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주일에 한번 1시간이라도 집에서 나와 자신을 위한 시간을 써야한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하브루타 교육'을 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육아서적을 통해 하브루타 대화법, 교육에 들어본 적이 있는터라 자세히 배워두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들과 나는 인연을 맺게 되었다.
2. 무료 이벤트는 사실 공짜가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독서토론을 위해 만남을 가졌었다. 수업료는 없었다.
내 사정을 알아서 그랬던 건지 자원봉사였던 건지 A는 금전적인 부분은 내게 말하지 않았다.
수업은 독서토론을 하브루타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한 권의 책을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형식을 말한다. 나는 독서도 하고 말하는 법도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브루타 교육' 은 유대인의 전통적인 토론 교육방법으로 아이의 교육에 관심있는 엄마들이라면 한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내가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엄마인 내가 먼저 배우고 익힌다면, 멈춰버린 나 자신의 성장은 물론 아이의 학습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고 실천하고 싶었다.
두 번의 수업이 지났을까? A는 하브루타는 유대인에게서 기원된 것이고 그 기원을 알고자 종교를 떠나서 성경에 조금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특정 종교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고 배움의 일부분으로 참고서적으로 잠깐 참고하는거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독서토론이 아닌 성경공부가 지속되었다.
내가 평소에 관심있던 부분이 아니었고 애초에 내가 원하는 수업의 틀에서 벗어나자 흥미를 잃어버렸다.
이것은 나에게 투자하려던 시간들이 아니었다. 나는 그만두기로 했다.
3. 계획된새로운 관계
A는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B와 C를 소개해 주었다.
교육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중이라며 강의를 듣고 보완이나 수정해야 할 부분을 피드백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강의는 큰 틀에서는 인문학이었고 첫 주제는 고정관념과 선입견에 관한 내용이었다.
인문학이라는 광대한 범위를 놓았지만 점점 강의 주제가 역사에서 역사인물(종교적인물), 성경으로 넘어갔다.
B는 자신이 잘 아는 유명한 교수의 인문학 세미나를 함께 들어보기를 권했다.
강의장은 내가 생각한 오픈된 공간의 강연장이 아니었다. 외관으로 보면 빈 사무실이나 건물로 보이는 곳이었다. 그 건물안에 강의실이 차려져 있었다. 놀라운건 사람들이 알아서 시간에 맞춰 강의를 들으러 찾아오는 것이었다. 대부분 나처럼 지인의 소개를 받아 찾아 오거나 원래 이곳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강의 주제는 철학이라고 쓰여있었지만 주요 내용은 또 다시 '성경'이었다.
세미나는 특강이 아닌 주 4회 매일 정해진 시간에 교육을 받는 체계였고 수업료도 있었지만, 지인 인맥으로 내게는 받지 않을테니 열심히 참석만 해달라고 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한국 첫 확진자가 발생하며 확산됨으로써 'S교'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