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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ug 17. 2021

시인은 바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멋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군대 간 아들 방 책상 위에 시집 하나가 눈에 띈다.

'찰스 부코스키'란 유명한 시인이라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오랫동안 하급 노동자로 일하며 유랑 생활을 하다 서른다섯 살에 시를 쓰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마흔아홉 살에 비로소 전업 작가가 되었고

일흔세 살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묘비명이 인상적이다.

"애쓰지 마라(DON'T TRY)"


몇 개의 시를 끝까지 읽으려 애썼지만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멋있다...


그중 가장 그가 누군지 알 것 같은 한 편을 골라 봤다.


작가


작가가 되려고 인내해야 했던 것들을

생각해 본다.

여러 도시의 방들,

쥐도 아사할 음식 찌꺼기로 연명하던 일.


피골이 상접해 어깨뼈로 빵도 자를 지경인데

자를 빵이 있어야 말이지...

그 와중에도 종이를 끄적이고 또 끄적였다.


(중략)


그들이  틀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몹시 뼈아픈 생각이 뒤를 따랐다.

내가 바보 일지 모른다는.


작가라면 거의 누구나

자기 글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는.

그것은 흔한 일이다.


바보가 되는 건 흔한 일이다.


그 순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종이를 찾아 다시  쓰기 시작했다.



혹시 나도

망할 놈의 글을 쓴답시는 바보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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