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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Nov 02. 2021

직업의 세계

글 쓰기를 다시 희망한다

국민 아니 초등학교 때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을 적는 란이 있었다.


남자애들은 보통

대통령, 경찰, 과학자를

대부분의 여자애들은

미스코리아, 선생님, 간호사를 써냈다.


일제 교육의 잔재가 남아 있었고

권력자나 위인들을 한창 선망하던 때라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은 대체로 비슷했다.


하지만 나는

부분에서 제법 발칙했던 것 같다.


'소설가'라고 적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빵모자를 쓰고

구레나룻을 기르고

파이프 담배를 문 전형적 이미지가 

어린 나이에 꽤 근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머리가 굵어지며 장래희망은 계속 바뀌었고

고2 때 이과를 선택하고 쫓기듯 정한 '의사'가 마지막 공식 희망직업이다.


하지만 재수까지 해서 들어간 대학은 '공대'였고

취업 후 '컨설턴트'를 거쳐

현재 '마케터'로 일하 '작가'를 다시 꿈꾸고 있으니...


막연했던 장래희망이

적성과 재능, 그리고 비전과 가치와 섞이면서

결국 구체적 운명으로 바뀐 게 아닐까 싶다.




글 쓰는 직업을 다시 희망하다 보니

궁금한 게 생겼다.


소설가(小說家, Novelist).

수필가(隨筆家, Essayist).

극작가(劇作家, Dramatist).

모두 전문직 느낌을 주는 '가(~家,~st)'가 붙는데


시인(詩人, Poet).

요것만 평범한 사람(人)인 듯 발칙하게 튄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시라는 것이 정해진 형식 없이

누구나 한 번쯤 쉽게 써볼 수 있는

열린 장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아, 갑자기 시상이 하나 떠오른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빗긴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


그럼 그렇지...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이었다.


창작이란 건 역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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