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멋진 계절이다.
유난히
높고, 맑고, 푸르다.
'천(天)'이란 한자가
사람이 서 있는 모양(大)과
그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나의 세상(一)이란 뜻을
합친 의미라 한다.
분명 공간적 실체는 있으나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닿을 수 없는 곳.
그래서 인간은 신과 하늘을 동일시했을까?
하늘거리다
입동(立冬) 전날,
간만에 남산으로 산책을 갔더니 사람이 넘친다.
대부분 50대 이상 아재들인데
위드 코로나 이후 첫 주말에 맞춰 야외모임을 하는 모양이다.
주변 단풍을 보러 왔는데
사람 구경만 하다 갈까 봐
고개를 들어 보니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황금처럼 매달린 은행잎들이 보인다.
멋지다 생각하며 카메라에 담는 순간,
옆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말한다.
"우와, 저게 다 금이면 얼마야"
...
하늘거리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단다.
1. 바람에 가볍게 자꾸 흔들리다
2. 매인 데 없이 멋대로 한가하게 놀고 지내다
같은 은행나무를 보며
누구는 돈을 신처럼 좇으며 흔들리는 현실을
누구는 한량처럼 유유자적 살고 싶은 이상을
하늘하늘거린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