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인사, 세 번의 웃음

도서관 오는 길

by 본드형
뭐 할 거야?


퇴사한다고 인사드리러 갔을 때

사장님이 물었었다.


딱히 계획은 없다고

일단 집에서 쉬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답하는 내게,


자긴 은퇴하면

동네 도서관으로 매일 출퇴근할 거라며

다른 건 몰라도 집에만 있지 말고

그런 루틴을 꼭 만들라고 조언해 주셨었는데


요즘 내가 그렇게 산다.




늦은 아침 먹고 집에서 나와

걸어서 십오 분 정도인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창 빗자루질 중인 아파트 관리인 아저씨가

방해 안되게 비켜 지나가려는데

불쑥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헐렁한 군청색 유니폼에 모자를 살짝 삐뚤게 쓴

육십 대 중반쯤 보이는 흔한 인상이 언뜻

그 사장님을 닮았다.


이 일 하신 지 얼마 안 되신 듯 어색한 자세와 표정에

나 역시 어색하게 답하고 나니

굳었던 아저씨 얼굴이 그제야 웃는다.

나도 웃는다.


다음부턴 꼭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야지...


<숲속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니

안경 쓴 사서 한 명이 그새 얼굴 익었다고

먼저 눈인사를 해온다.


아... 선수를 뺏겼네 하며

나도 웃는다.


도서관 오는 길,

기대하지 않던 두 번의 인사에

기분이 좋아진 하루.


안녕하세요 한마디에,

반갑다는 눈인사가

사람을 웃게 만드는 싸고 좋은 선물이라고


그래서 인사를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人事)'이라 쓴다고

깨닫는 순간.


도서관 밖에

'기대지 마세요'란 표지판이 보여

혼자 슬며시 또 웃는다.


난간은 기대면 안 되더라도

인간은 서로 기대야 하는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