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2인분을 둘러싼, 참을 수 없는 혼밥의 무거움

윤고은 <1인용 식탁>

by 페이지

혼밥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식당의 메뉴 구성이나 인테리어도 1인용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언젠가 혼자 밥을 먹기 싫은 사람들이 식사 시간 때만 만나서 함께 먹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약속된 장소에서 약속된 시간에 만나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것이다. 통성명도 대화도 오가지 않는다. 그들이 공유하는 것은 오직 식사의 장소와 시간 뿐이다. 이해가 될 것 같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 혼밥의 무리화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리고 혼자 밥을 먹는 것과 함께 먹으면서 혼자인 것. 둘 중 어떤 게 더 어려울까.

<1인용 식탁>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혼밥을 하기 위해 학원에 등록한다. 혼밥은 난이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레벨 상승을 하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과연 나는 몇 단계에 속하는지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다.




혼자 음식점에 온 사람에게 몇 분이냐고 묻는 주인은 둔하다. 그러나 그곳이 고깃집이라면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삼겹살 2인분, 공깃밥 하나, 소주 한 병. 특별히 괴상한 취향은 아니지만, 오후 7시에 혼자 온 여자의 주문치고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여자는 쌈 세 번에 소주 반 잔씩, 양손을 다 써가며 조용한 식사를 한다. 고기를 집게로 뒤집고 가위로 자르고 젓가락으로 집고 손으로 입속에 넣는, 평범한 식사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 벌의 수저가 올려진 밥상은 권투가 벌어지는 링과 같다. 여자는 그 위에 홀로 서서 날아오는 시선을 맞는다. 호기심 많은 관중들이 레프트 훅, 라이트 훅, 시선을 날릴 때 여자가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꿋꿋이 먹는 일뿐이다. 그러다 가끔, 여자도 시선이 날아오는 쪽을 겨눈다. 고깃집의 허공에서 몇 개의 시선이 부딪쳤다가 연기처럼 흩어진다.

-<1인용 식탁> 중


여자의 이름은 오인용. 그녀는 벌써 9개월째 회사에서 점심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입사 후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사무실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녀를 무리에서 제외시켰다. 오인용은 KFC에 가서 치킨 텐더와 징거버거, 라이트 콜라를 먹으면서 자신이 점심에서 따돌려진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지만 끝내 알 수 없었다. 그 뒤로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녀의 혼밥 방랑기가 시작된다.

KFC에서 시작된 혼밥은 던킨 도넛, 김밥, 라면, 칼국수으로 이어지다가 김치찌개 백반, 된장찌개, 소고기국밥과 삼계탕의 경지까지 오른다. 하지만 혼밥의 단계는 더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다시 첫날처럼 KFC로 돌아왔을 때 오인용은 사무실에서 노선을 잘못 탄 것이 점심 따돌림의 원인이 아닐까 싶어졌다. 회사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오인용은 사무실에서 5백 미터를 벗어난 곳에서 식당을 골랐다.


발이 사무실로부터 멀리, 멀리 가는 동안 눈은 음식점의 통유리창을 훑었다. 혼자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이거나, 전체적으로 손님이 없는 음식점을 찾아서, 걷고 훑고 걷고 훑고 그러다가 한 곳, 당첨이 됐다. 메뉴가 뭔지는 들어가서 확인하면 된다. 혼자 먹는 사람이 메뉴보다 더 고려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니까.

-<1인용 식탁>


혼밥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괴롭던 그녀는 우연히 전단지에서 혼자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을 발견한다. 3개월에 20만 원. 학원 원장은 수업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필기시험과 총 5단계로 나뉜 스무 시간의 기능시험, 열 시간의 실전 테스트를 성공하면 수료증이 발급된다는 내용. 그런 뒤 신상 카드 뒷장에 각오를 쓰게 한다.

"혼자 먹는 식사는 __________."

오인용은 이렇게 빈칸을 채운다.

"혼자 먹는 식사는 지겹다."


학원에 등록한 다음부터는 점심 고민이 없어졌다. 월, 수, 금 오후 12시 10분. 수강생들은 학원에서 수업과 동시에 끼니를 해결했다. 학원은 혼밥 성공을 위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학원에서 나눈 혼밥 난이도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커피숍, 빵집, 패스트푸드점, 분식집, 동네 중국집, 푸드코트, 학원가 음식점들, 구내식당
2단계 - 이탈리안 레스토랑, 큰 중국집, 한정식집, 패밀리 레스토랑
3단계 -결혼식, 돌잔치
4단계 - 고깃집, 횟집
5단계 - 돌발 상황

이 기준에 따르자면 나는 1단계에 머물러있다. 레스토랑, 한정식집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언젠가 부산에 혼자 갔을 때 회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4단계인 횟집에 들어가지 못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푸드코트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주인공 오인용도 1단계를 통과하는 중이었다. 어느 곳에나 있고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 그러고보면 혼자 식사를 하는 장소를 정할 때 그곳에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느냐가 식당을 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처럼 보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쉬운 혼밥은 그냥 식사가 되고, 단계가 높아질수록 일종의 도전에 가까워진다.


학원에서는 박자에 맞춰 식사를 하라고 가르친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4분의 2박자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심 요리인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강'으로, 곁들이는 음식인 와인이나 아스프라거스를 먹을 때는 '약'으로 먹으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오인용은 수업이 없는 날에는 회사 근처 음식점에서 복습을 하기 위해 혼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 스파게티를 주문해서 먹고 결혼식장에 가서 부조금을 내고 혼자 식사를 하기도 했다.


혼자 먹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혼자 먹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육지가 있으면 섬도 있는 것처럼, 무리가 있으면 개인도 있는 것이다. 군데군데 떨어진 섬들, 그리고 이곳에 내가 아는 사람이 없으리라는 안도감이 소화를 도왔다.

-<1인용 식탁> 중


오랜만에 사무실 점심 회식에 참석하던 날, 오인용은 식탁에 올려진 메뉴에서 음식보다 중요한 것은 '식탁 위를 오가는 수많은 시선과 말들의 교류'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말의 홍수' 속에서 학원에서 가르쳐준 대로 박자에 맞춰 식사를 하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거나 침묵을 유지하며 눈치 있게 식탁을 살폈다. 누군가의 접시가 빈 것을 보고 그녀는 '그 상황에 필요한 말'을 했다.

"여기요. 사리 좀 더 주세요."

"사리? 인용 씨. 떡볶이 먹던 버릇 나온다, 정말. 숙주지, 숙주!"

동료 한 명이 오류를 잡자 다른 동료들이 크게 웃었고 그녀도 따라 웃었다. 그 뒤로 다시 그녀는 점심을 먹는 무리 속에 섞이게 되었다. 처음 소외당했던 이유를 몰랐던 것처럼 소외가 취소된 이유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 오인용은 사무실 사람들과 무리 지어 점심을 먹으면서 혼자 밥을 먹을 때보다 훨씬 빠른 박자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다시 혼자 밥을 먹기로 했다.


일주일 가까이 학원 수업을 빠지면서 누려왔던 사람들과의 식사 덕분에 나는 혼자만의 식사가 얼마나 편안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회사 옆 1백 미터 거리에서도 당당히 혼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용수철을 반대로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더 강하게 튀어 오르는 것처럼, 그렇게 다시 무리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내가 그들을 소외시킨 것이다.

-<1인용 식탁> 중


어느새 4단계에 접어들었다. 학원에서는 초보자의 고깃집 선택법, 불판과 집게를 다루는 방법이나 단체 손님 사이에서 버티는 법을 가르쳤다. 일주일에 5회 이상 고깃집을 방문해 혼자 먹은 영수증을 제출하는 과제도 내주었다. 오인용은 고깃집을 가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고깃집에 오인용은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그때 긴 생머리의 여자가 혼자 들어와서 삼겹살 2인분과 공깃밥, 처음처럼을 주문했다. 달인이라도 불러도 될 만큼 여자는 고깃집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달인은 예뻤고 잘 꾸몄다. 달인은 거울을 볼 정도로 여유가 있었고 주인에게 에어콘을 틀어달라고 할 자신감도 있었다.

용기를 얻은 오인용도 삼겹살을 주문했다. 오인용은 '오로지 배짱'으로 삼겹살에 쌈을 싸서 먹다가 어느샌가 달인과 함께 앚아서 소주를 마셨다. 달인은 혼자 극장이나 놀이공원에도 간다고 했다. 달인의 적극적인 1인용 생활은 오인용처럼 혼자 밥을 먹는 학원에서 혼밥을 배우게 되면서부터였다. 달인은 식당에 무리 지어 가는 것을 인력 낭비라고 했다.


"음식점은 화장실하고 비슷해. 아직도 유치원 여자애들처럼 손잡고 같이 변기 앞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한 사람이 소변보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옆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주고, 그다음 순서를 바꿔 역할을 교환하는, 그런 비효율적이고 창피한 짓을 왜들 하는지, 낭비되는 에너지가 많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중에 최악이 인력이라고 보는데. 인간들의 에너지가 쓸데없이 낭비된다니까. 그중 하나가 식당에 무리 지어 가는 거예요. 누군가와 같이 먹기 위해 우리가 낭비하는 모든 것들, 생각해봤어? 시간, 체력, 메뉴에 대한 상대방의 취향, 대화를 유지하기 위한 나의 텔레비전 시청과 영화 감상과 그 외의 모든 노력, 게다가 상대방의 개인사까지. 그 노력이면 에휴."

-<1인용 식탁> 중


나는 달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마음속에서 무언가 틀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함께 먹는 식사는 당연히 혼자 하는 식사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달인의 말처럼 시간이나 대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식사를 할 때면 체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식사를 하는 행위 속에 마음이 포함되는 것이다.

혼밥을 하는 공간에서 혼밥을 하는 것은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함께 밥을 먹고 있는 공간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불편하다. 정말 혼자가 된 느낌이 들어서 불안한 것이다.

모든 식사의 과정은 혼자 하는 것인데, 식사를 둘러싼 의미는 혼자를 넘어선다.


달인과 만난 이후 오인용의 혼밥 성적은 날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수료증을 받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에서 탈락하고 만다. 그녀는 식당에서 아무런 의욕도 없이 씹는 행위만 하다가 화장실에 가서 모든 것을 게워내고 만다. 그리고 학원에 나가지 않았던 며칠 동안, 그녀는 다시 3개월 전처럼 혼자 먹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1단계의 사람으로 돌아와있었다.

학원에서는 수료증을 한 번에 받는 사람은 15%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제야 오인용은 나머지 85%가 두려워한 것은 시험이 아니라 그 이후에 찾아올 진짜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수료를 하고 나면 소속이 없어지고 공통의 관심사와 목표 아래 앉아 있을 무리가 흩어지는 것이 두려운 85%의 사람들.


내가 배우고자 했던 것은 혼자 자유롭게 먹는 방법이었으나, 정작 내가 얻은 것은 수강 기간 동안 내가 혼자 먹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위안이었다. 1인으로 구성된 체인점 같은 것.

-<1인용 식탁> 중


정말로 혼자가 되었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기 위해 다시 학원을 찾는 사람들.


소설은 마지막에 이르러 1인용 식탁에서 탈출해 2인용 식탁을 공유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자신처럼 혼자 와서 고기를 먹고 소주를 마시며 조용한 식사를 하는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합석을 외치는 장면. 처음에 나는 정말 오인용이 혼밥을 그만두고 함께 하는 식탁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처음에 '거울을 사이에 두고'를 놓쳤던 거다. 그렇다면 역시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건가?


여자는 쌈 세 번에 소주 반잔씩, 양손을 다 써가며 조용한 식사를 한다. 고기를 집게로 뒤집고 가위로 자르고 젓가락으로 집고 손으로 입속에 넣는, 평범한 식사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여전히, 사각 링 위에 서 있다. 관중과의 싸움, 여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내가 여자를 보기 전에 여자가 먼저 나를 바라본다. 우리의 눈이 마주치면, 두 입이 동시에 열린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모든 박자와 오령을 초월한 그 말, 우리 합석할래요?

-<1인용 식탁> 중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밀의 반쪽을 담은 달콤쌉싸름한 인삼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