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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Oct 08. 2020

새는 잘 날아갔을까

오늘 도서관에서 생긴 일

 오랜만에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종합자료실에서 책을 읽고 빌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언제 다시 문을 닫고 잠정폐쇄나 워킹스루 대출로 바뀔지 몰라 한꺼번에 많이 빌려오기로 작정하고 큰 에코백을 챙겼다. 도서관은 조용했다. 원래 조용한 곳이지만 사서직원 세 명을 포함해서 열 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마스크까지 끼고 있으니 발자국 소리와 책 고르는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동안 신착도서가 별로 들어오지 않았는지 책은 여전했다. 눈에 익은 제목을 돌아보며 서가를 천천히 걸었다. 그때 하얀 천장으로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휙 지나갔다. 처음에는 유리창 밖에서 물체가 비쳤거나 전등이 잠깐 꺼졌던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뒤 그림자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더니 내 쪽을 향해 날아왔다. 나는 서가에 몸을 바짝 붙였다. 그림자는 내 옆을 지나쳐 그대로 날아가 자료실 출입구 옆에 세워진 분실물 보관함에 부딪치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작은 새였다. 아래로만 살짝 열어놓은 창틈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좋을 텐데 새는 자꾸 몸을 세우려고 했다. 직원이 다가가자 새는 더 빨리 몸을 흔들어대며 날개를 펼쳤다.


 “가만히 있어봐. 밖으로 보내줄게.”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작은 새에게 인간은 두려운 존재로만 보였을 것이다. 도와주려 할수록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새는 몇 차례 파닥거리더니 다시 날기 시작했다.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어찌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천장과 서가 사이를 정신없이 날다가 마침내 유리창을 향해 날았다. 그리고 유리창에 부딪쳐서 떨어졌다. 나뭇잎이 바람이 흔들리고 있었으니 바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투명한 막이 가로막고 있다는 건 몰랐겠지.

 조금 전과 달리 작은 새는 움직이지 않았다. 파르르 떨지도 울지도 않았다. 전체가 검은색이라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머리에서 몸은 짙은 초록이 감도는 회색, 꽁지는 검은색이었다.

 날개가 접힌 새는 너무나도 작았다.


 잠시 뒤 건물 관리인이 왔다. 관리인은 장갑 낀 손에 새를 올려놓고 살폈다. 축 늘어져있던 몸에서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울음소리였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을 이해하기도 전에 자신의 몸에 닥친 고통을 새는 그렇게 희미한 소리로 나타내고 있었다. 아픈데 아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무지 알지 못하겠다는 듯. 그래도 아직, 새는 살아있었다. 다시 날 수 있을까.   

   

 “밖에 나가서 풀밭에 올려놨더니 처음에는 비틀거리다가 순식간에 날아가더라고요.”

 새를 데리고 나갔던 관리인은 그렇게 말했다.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빌리려던 책을 찾지 못해 눈에 보이는 책을 대충 빌려서 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바람이 시원한 가을 오후였다.

 새는 어디로 갔을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살폈다. 이름 모를 새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녔다. 도서관에서 아프게 울던 새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 작은 새는 날아갔을까. 잘 날아서 둥지로 돌아갔을까. 흠잡을 것이 깨끗한 하늘에는 작은 울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오늘 오후 도서관에 갔다가 갑자기 새가 들어와서 소동이 있었습니다. 새가 잘 날아가서 무사히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 오늘 추억 속 새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도서관에 날아든 새가 있어서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오늘 밤에는 원래 쓰려고 했던 새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도서관에서 아프게 울던 새는 잘 날아서 둥지로 둘아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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