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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우암정에 내려앉는 오후의 바람처럼

by 정성현

비가 그친 우암정에는 고요가 내려앉는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도랑물 소리에 마음이 잦아든다.

물이 말라 있던 연못은 가득 차올라, 마치 오래 기다렸던 숨결을 다시 들이마신 듯하다.

연못 위로 나뭇잎이 반짝이고, 그 너머로 하늘이 일렁인다.

금방이라도 붕어 한 마리 튀어 오를 것 같은 그 풍경을 나는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눈으로만 간직하기엔 아까운 풍경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내 연못을 담았다.


하지만 결국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게 있다. 그건, 그 자리에 있던 ‘마음’이다.

그 시간, 그 바람, 그리고 그 고요한 느낌. 화면에는 비치지 않지만, 마음에는 선명히 남는다.

화살은 언젠가 내 손을 떠난다. 표적은 멀리 있다. 하지만 활은 늘 내 곁에 있다.


그러니 나는 활을 아끼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활도 쉼이 필요하다.

늘 팽팽한 긴장 속에 있는 활은 힘을 잃는다.

한동안 그대로 놓아두고, 무위無爲의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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