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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편>나는 지금 어디를 겨누고 있는가?

활을 잡은 내 의도를 따라, 방향을 정하는 손

by 정성현

제5편

나는 지금 어디를 겨누고 있는가?

활을 잡은 내 의도를 따라, 방향을 정하는 손


습사무언, 활은 조용한 사람에게 배운다.

나는 지금 어디를 겨누고 있는가. 활을 잡은 손끝에서 나의 의도가 드러난다.

과녁을 향해 활을 든 것 같지만, 실은 내 마음이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먼저다.

활을 어떻게 잡고 있는가, 어떤 마음으로 당기고 있는가. 중심은 손끝에서 시작된다.

말보다 중심이다. 화살은 말을 기억하지 않는다. 활은 조용한 사람에게 배운다.


습사무언習射無言. “활을 익힐 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 짧은 문장은 궁도弓道의 정신을 담은‘궁도 구계훈九戒訓’중 하나다.

활쏘기 수련은 말이 아닌 몸으로, 행동으로, 침묵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막상 사대에 서면, 옆에서 한마디만 해도 마음이 흔들린다.

초보자는 무념무상도, 평정심도 쉽지 않다.


사대에 서면 누구나 떨리고, 어깨가 뻣뻣해지고, 손끝이 조급해진다.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자신을 보며 다시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세상의 기준인가? 타인의 시선인가? 오래된 두려움인가?

오늘도 나는 과녁 앞에 서서, 나의 방향을 묻는다. 긴장이 밀려올 때는 숨을 깊이 쉰다.

심호흡은 활쏘기의 모든 단계에서 집중을 회복시킨다.


활을 가슴 앞으로 조용히 들어 올리는 순간부터,

시위를 당기고 발시(發矢)에 이르기까지 단계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가라앉힌다.

긴장하지 말자. 내가 배운 준비 동작을 되짚는다.

그렇게 천천히 내 안의 방법을 소환하면 어느새 손끝의 떨림이 멎고,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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