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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앤 Oct 14. 2022

너는 엄마처럼 살아봐

에필로그 

너는 엄마처럼 살지마.


수많은 드라마에서 봤던 대화가 아닐까 합니다. 90년대 드라마에서 참 많이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마다 딸은 엄마 앞에서 눈물짓거나, 굳은 결심을 하고 집을 뛰쳐나가는 장면이 나왔어요. 

사실 드라마에서만 보는 대사는 아니죠. 현실에서도 많이 듣지 않나요? 저도 친정 엄마에게 종종 들었습니다.


 '너는 결혼하지 말고 살아.' '어디 외국 나가서 자유롭게 살아.' 그러면서도 나이가 드니 결혼은 해야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고, 시댁 어른들에게도 이렇게 저렇게 잘해야 하고… 제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 많이 하셨죠. 결국 엄마처럼 살지 말라면서 엄마가 살아오신 방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결혼 초기에 친정 엄마랑 얼마나 싸웠는지 몰라요. 언제는 알아서 혼자 살라고 하시더니!


저는 엄마의 강인함과 포용력은 참 멋지지만, 엄마 같은 삶은 참 고단하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어려워진 살림에 늘 손에 물 마를 새 없이 가게를 운영하셔야 했던 엄마의 뒷모습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있어요. 낮과 밤이 뒤바뀌면서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삶. 참 강인하고 멋진 엄마였지만 안쓰럽기 그지없었죠. 그래서 엄마와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을 했죠. 전전긍긍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겠다고요. 드라마 속 딸들처럼 주먹 불끈 쥐고 결심했어요.


하지만 그 바람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어디 그게 쉽나요. 딸들은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길을 걷게 되고 다시 자신의 딸에게 대물려 말합니다.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마. 더 멋지게 살아봐' 라고요. 저도 제 딸이 저보다 아름다운 꽃 길만 걷기를 바라는 엄마입니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면 좋겠어요. 늘 행복하고 하하 호호 웃는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현실은.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단단해지고 무뎌 지고 해야 비로소 어른이 되잖아요. 아이가 커갈수록 참 많이 느낍니다. ‘모든 일에 나서서 해결해주고 도와줄 수 없구나, 아이가 더 많이 부딪혀야 되겠구나.’ 싶어요. 속으로 울 일도 많이 있을 게 보여서 짠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슴 한 쪽이 쓰리지만 어쩌겠어요.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게 또 현실이잖아요.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모든 일을 다 나서서 대신해줄 수 없잖아요. 무슨 일이 생겨도 무너지지 않게 중심이 단단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겠죠. 무엇보다 제가 단단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거예요. 딸은 엄마를 보고 배우니까요. 


결국 세상 살아가는 방식을 저에게 가장 많이 배우게 될 텐데,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하면 얼마나 힘이 들까요? 닮고 싶지 않은 엄마를 보는 것이 얼마나 고역이겠어요. 이를 갈며 두 주먹 불끈 쥐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엄마처럼 살아보라고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어요. ‘엄마처럼 많이 시도해보고 배워보고 신나게 살아봐.’라고 말해줄 거 에요. 아이가 저를 보며 ‘엄마처럼 살면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늘도 다시 신발끈 묶고 달려봅니다. 다시 글을 써보고 다시 그림도 그려보고요. 척척 큰 돈을 벌지는 못해도 재미와 의미가 있는 많은 일에 도전해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끊임없이 찾고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도 해요.


이렇게 쓰고 보니 친정엄마의 바람대로 저는 엄마처럼 살고 있지 않네요. 엄마 눈에는 여전히 불안정한 삶을 지탱하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 보일지 몰라 도요. 그 어떤 날보다 제 삶을 재미있게 만들어가고 있거든요. 그저 주어진 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내일은 또 무슨 일을 해볼까 설 레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내년엔, 그 후년엔 이런 일도 해볼거야!’ 라며 커다란 미래 계획도 세워봅니다.


꿈이 점점 커지다 보니 시간 가는 게 너무 아쉬워만 지네요. 하루 24시간이 왜 이렇게 짧은 지 모르겠 어요. 48시간쯤 되면 만리장성을 세울 수도 있을 텐데요. 그렇게 마흔 넘어 정신차린 저는, 제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며 또 새롭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땅 속에 오래오래 묵혀 두었던 꿈 씨앗들을 하나씩 피워내 보고 있어요. 매일 성공만 하고 신나기만 해보이나요? 아니죠.
 ‘이게 될까? 저 정도는 되어야 멋져 보이지 않을까?’ 한 번씩 주저하게 만드는 순간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그때마다 머리 한 대 콩! 쥐어박아봅니다. '야! 아무도 나한테 관심 없어. 어차피 내 인생, 주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 그러게요. 남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면서 정작 나 답게 만든 결과도 없었는데 한 번씩 주저하게 만드는 순간이 꼭 오더라고요. 다시 희망차게 두 주먹 불끈 쥐어 봅니다. 아이라는 새 생명도 이렇게 피워봤는데 내 꿈 하나 못 피워낼 게 뭐 있겠어요! 그렇게 다시 힘을 내서 땅 속 깊숙이 숨은 꿈씨앗도 찾아보고, 꽃으로, 나무로 피워내 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아이가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게 열심히 기록도 합니다. '엄마는 평생 글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 할머니가 되어보려고. 진주 목걸이도 우아하게 걸치고 허리도 꼿꼿한 멋쟁이 할머니. 평생 이야기거리가 풍부한 할머니가 될 거야. 그래서 너가 방황할 때 엄마에게 와서 상담도 받고 엄마기록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게 해줄 게.' 저는 오늘도 이 다짐을 해봅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어요. AI가 그릇을 정리해주고 드론이 배달을 하는 시대 잖아요. 이제 90년대 드라마와 같이 ‘엄마처럼 살지마.’ 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우리. 변한 세상처럼 아이에게 물려주는 말도 바꾸어 봐요. 엄마처럼 한번 살아보라고. 이 삶도 꽤나 재미있다고 말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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