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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시연 Oct 27. 2024

용인 에버랜드

다음 데이트는 용인 에버랜드에서 했다. 한강 변을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에버랜드 이야기가 나와서 가게 되었다. 소화는 고등학교 때 소풍으로 딱 1번 간 적이 있다.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갔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놀이기구를 제대로 타지도 못했었다.


간편한 옷을 입고 미용실 앞에 기다리고 있는 소화 앞에 자동차 한 대가 멈췄다. 이에 소화는 상관하지 않고 눈으로 전수호씨를 찾아서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자동차에서 수호씨가 내려서 소화에게 다가왔다.


“소화씨! 오늘도 여전히 이쁘네요.”

“수호씨가 운전하고 온 줄 몰랐어요.”

“용인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가는 것이 수월할 것 같아서요.”


소화는 수호씨가 문을 열어줘서 운전석 옆 좌석에 앉았다. 좌석에 앉자 수호씨가 안전벨트도 매 주었다.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해서 모시겠습니다. 오늘은 소화씨의 기사입니다.”


수호씨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음악도 틀었다. 서울을 빠져나가서 한적한 곳이 나오자 차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그곳에 있던 상쾌한 바람이 소화와 수호씨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윽고 수호씨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에버랜드에 도착했다. 수호씨는 내리면서 배낭을 메었다. 


“웬 배낭이에요?”

“전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 좋아해요. 들고 다니면 거추장스럽고 또 소화씨의 손을 잡을 수가 없잖아요.”


수호씨는 말이 끝나자마자 냉큼 소화의 손을 잡았다. 소화가 뿌리칠 사이도 없이 잡았기에 소화와 수호씨는 여느 연인들처럼 그렇게 손을 잡고 다녔다. 


“소화씨! ‘함소화’라는 꽃말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꽃말이요? 전 꽃말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전 꽃말을 찾아보고 나서 확신하게 되었어요. 소화씨와 나의 운명을요.”

“꽃말이 뭔데요?”

“‘당신은 나의 것’입니다.”

“호호호. 정말 꽃말이 그래요?”

“물론이죠. 그러니 소화씨는 나의 것이고 나는 소화씨 것입니다.”


둘은 손을 잡고서 에버랜드 주변을 거닐다가 공주와 왕자 캐릭터가 달린 머리띠를 사서 착용도 했다. 회전목마도 타고 사파리에 가서 호랑이도 보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수호씨는 소화의 손을 잡고 그늘진 곳으로 가더니 매고 있던 배낭에서 매트를 꺼내서 잔디에 깔았다. 수호씨는 소화를 매트에 앉히고 나더니 김밥과 과일이 든 찬합을 꺼냈다. 보온병에는 따뜻한 보리차가 들어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것을 준비했어요. 설마 수호씨가 준비한 것은 아닐 테고, 혹시 어머님이 준비해 주신 건가요?”

“맞아요. 저도 물론 요리할 줄 알지만 어머니처럼은 못하지요.”

“어머님이 저하고 만나는 것 알고 계세요?”

“당연하죠.”

“반대 안 하세요? 저는 고등학교만 나왔고 직업도 미용사인데요?”

“염려 마세요. 저희 어머니는 그런 걸로 반대하는 분이 아니세요.”

“그동안 수호씨와 만나면서 수호씨 같은 사람이 왜 나를 좋아하고 나와 만나는지가 궁금했어요. 수호씨 정도라면 저보다 좋은 조건의 여자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데 왜 하필 저인 거죠?”

“왜 다른 사람이 아닌 꼭 소화씨여만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하여 말할게요. 그래야 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겠네요.”


소화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수호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수호씨의 눈동자에 자신의 눈동자를 겹쳤다.


“많은 미용실 중에서 소화씨가 근무하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거야 병원에서 가까우니깐 오게 된 거고, 미용사 중에서 저하고 시간 때가 맞아서 머리를 맡기게 된 게 아닌가요?”

“하하하.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저한테 미용실과 소화씨를 소개해 준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데요?”

“바로 저희 할머니세요.”

“할머니이시라면 저희 미용실에 오시는 분인가요?”

“맞아요. 바로 소화씨 첫 단골손님이 저희 할머니세요.”

“네?”


소화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 할머니의 머리를 감겨주다 할머니한테 물벼락을 맞게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소화의 첫 단골손님이 되었던 것이다.


“소화씨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으니깐 당분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이 적기인 것 같아서 말했어요. 그동안 제가 만나본 여자들은 제 직업만 좋아하고 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어요.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니깐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만 열심히 했는데 이런 제가 걱정스러웠는지 할머니가 소화씨를 소개해 줬어요. ‘한 번 만나보고 결정해라. 내가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성실하고 심성이 반듯한 아가씨더라. 어찌 보면 너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할머니의 말을 들으니 궁금해졌어요. 할머니가 웬만해서는 잘 칭찬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미용실에 가게 되었는데 마침 소화씨가 저를 담당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소화씨를 만나고 나니 할머니가 왜 그렇게 소화씨를 칭찬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화씨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깐 앞으로도 좋은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소화도 수호씨의 마음과 같았기에 두 사람은 그늘에서 점심을 먹고 에버랜드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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