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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시연 Oct 27. 2024

원장님의 미용실을 인수하다.

느닷없이 원장님이 미용실을 접고 호주로 이민 가게 되었다. 원장님의 가족들은 20년 전에 호주로 이민 갔는데 원장님만 서울에 남아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살고 있었다. 원장님 가족은 부모님과 언니 둘이 있는데 언니들은 모두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장님은 가족 행사로 작년 호주에 다녀온 뒤로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고민 끝에 정리하게 되었다고 했다.


원장님이 조회 시간에 옮겨갈 자리를 알아보라고 한 뒤로 미용실은 어수선하고 뒤숭숭했다. 소화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민아처럼 시장통에 조그맣게 미용실을 차리는 것도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소화는 대형 미용실을 중심으로 디자이너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때 원장님이 조용히 원장실로 불렀다.


“똑똑똑”

“들어와요.”


원장님은 웃으면서 소화를 맞이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서 놀랐지!”

“지금도 어리둥절해요.”

“그럴 거야. 소화가 우리 미용실에서 가장 오래 있었지? 얼마나 되었지?”

“16년 되었어요.”

“소화가 우리 미용실에 면접 보러 왔던 때가 생각나는구나. 큰 가방을 들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미용실에 들어오던 모습이 아직도 선해! 그동안 우리 미용실에서 애썼다. 수고했어.”

“원장님 덕분에 저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거처는 어떻게 할 거야? 어디 갈 데는 정해졌어?”

“아니요. 지금 알아보는 중입니다.”

“소화를 데리고 가면 그 미용실은 ‘땡’ 잡는 건데 말이지. 아직 소화의 진가를 모르고 있네.”

“원장님이 이쁘게 봐주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호호호. 소화는 한결같이 겸손하고 성실해서 좋아. 그것이 소화의 힘이자 장점이야. 지금처럼만 하면 문제없이 성공할 수 있을 거야. 그러고 보니 요즘 소화가 부쩍 예뻐졌어. 좋은 사람 생겼지?”

“아직은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에요.”

“좋은 사람이니깐 잘 사귀어 봐.”

“네! 원장님도 알고 계셨어요?”

“물론이지. 소화의 첫 단골손님의 손자잖아.”

“어떻게 아셨어요?”

“그 할머니가 우리 엄마의 친구분이셔. 그래서 그 집안 내력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데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야. 그러니 잘해 봐. 호주에 가도 국수 먹을 일 있으면 곧바로 한국에 올 거야. 알았지!”

“알겠습니다.”


“참!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진작 해야 할 말을 안 하고 있었네. 내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미용실을 다른 사람한테 팔려고 하니깐 도저히 못 팔겠더라. 그래서 말인데 소화가 우리 미용실을 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소화 생각은 어때?”

“원장님! 죄송해요. 그런데 저는 그런 능력이 없어요. 미용실을 운영할 자신도 없을뿐더러 미용실을 살 큰돈도 없어요.”

“그동안 미용실 운영하는 것을 지켜봤으니깐 잘할 터이고 미용 기술도 뛰어나서 문제없고, 다만 돈이 문제네. 그동안 돈을 벌어서 함부로 쓰는 것을 못 봤는데. 주식에 투자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없고. 그렇다면 저축한 거네.”

“네. 나중에 미용실을 차릴 것을 대비해서 저축하고 있었어요.”

“그럴 줄 알았어. 처음 6년을 제외한 10년 동안 저축했으면 꽤 많은 돈을 저축했겠네.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월급도 많이 받았지만, 손님들의 팁도 무시 못 하거든.”

“원장님은 다 아시네요.”


“호호호. 내 나이가 되면 다 보여. 소화가 가진 돈에 이 가게를 담보로 대출받으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거야. 손님 중에 은행 다니는 분이 계셔서 다 알아봤어. 저금리 장기대출받으면 된다고 했거든. 우리 미용실이 상권이 좋고 그동안 쌓아 놓은 이미지가 있어서 누구나 탐내는데 난 소화가 맡아서 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한국에 들어왔을 때 올 곳도 생기잖아.”


소화는 생각지도 않게 원장님의 배려에 미용실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원장님은 곧바로 호주로 들어가셨다. 소화와 수호씨가 원장님을 공항까지 배웅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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