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by 이준서

우리는 같은 창을 바라보았다 너는 거울이라 말하고 나는 지혜로운 창이라 말했다 대화는 어느새 한 시간을 넘겼고 밥달라며 꼬리를 탁탁 치는 흰둥이를 본다 우리는 다른 창과 같은 개를 바라본다



수줍음을 모르는 하얀 털과

고요 속 고요를 담은 검정 눈동자



지혜로운 개는 흰둥이였다 창 너머로 보이는 참새의 하찮은 날갯짓과 산들바람에 젖은 몸을 말리는 고양이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흰둥이를 보며 얼굴을 붉히는 나



흰둥이는 하루종일 밥을 굶었다 닫힌 방 구석에 몸을 말아 구운 두부 냄새에도 꼼짝하지 않으며



지혜로운 창이 되주고 싶어 언제라도 고개를 들어 음악에 귀 기울이기를



지혜로운, 지혜로운

얼굴을 붉히며 읊조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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