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집 청소

by JA

죽은 자의 집 청소... 참 이중적이다.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한다는 뜻인지, 죽은 사람이 집을 청소한다는 뜻인지.

이미 알면서도 책을 들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같은 제목으로 후자의 뜻으로 공포소설이 한편 나온다면

정말 섬뜩할 것 같다는 생각도 계속 들었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의 집 청소.


특수 청소업체가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디서 봤는지, 혹은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범죄 수사물을 좋아하고 시사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이 책은 정말 부자연스럽고, 정말 어렴풋하지 않다.


처음 이 책을 읽은 건 가족이 다 잠든 후, 거실 식탁에서 거실 등만 켜놓은 상태였다.

한 장 한 장 읽어가는데 점점 마음이 서늘해졌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는 단순한 표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정말 서늘하고 무서운 느낌이었다. 왜 그랬을까?


자살 현장, 범죄현장, 고독사, 작가가 언급하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정말 점점 마음이 말라붙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너무 술술 읽혔다.

사용설명서같이 단순한 정보전달을 하는 글도 아니고, 작가의 고뇌와 끔찍하리만큼 적나라한 설명과, 그리고 독자에게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이 읽는 내내 쉴틈도 주지 않고 쏟아졌는데도 책장은 이상하게 가볍게 넘어갔다.



가볍지 않지만 가볍게 넘어간 책장, 그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래서 삼일 만에 틈틈이 읽어 뒤표지를 덮었다. 덮고 나서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던 한숨. 이 책에는 굳이 사진 찍어놓고 다시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남는 정말 무서운 글귀들이 많았는데, 책의 끝으로 갈수록 본능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글귀들이 있어서 결국 몇 장 찍었다. (제버릇 남 못준다.)

그래도 다행히(?) 겨우 두장이다. 두장인데도, 아마 사진 속 글귀를 읽은 사람 중에는 분명 이 책 전체가 궁금한 사람이 생길 것 같다. 그만큼 강력하고, 날카롭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말 돈으로 인해 억울하게, 혹은 비참하게, 처절하게 죽어간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돈이 뭐길레. 돈이 진짜 뭐길레.


개인적으로 나는 큰돈을 만져보지 못해서 그런지, 돈에 대해 딱히 욕심이 없다. 엄청나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고, 새 아파트, 새 차, 억 소리 나는 가방, 시계 같은 것도 갖고 싶지 않다. 그저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가지고 아끼고, 저축하고, 쓰면서 살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다르니 부자가 되고 싶고, 물욕이 많은 사람이 잘못되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단지, 가치관은 가치관에서 그쳐야 하고 추구하는 것도 욕망과 소망에서 그치고 물욕 또한 딱 물욕으로 끝나야 돈이 현재의 위치를 넘어서 사람의 목숨까지 노리는 일은 더 이상 없지 않을까 한다.


유산 때문에 형제간에 살인이 일어나고, 돈 때문에 부모 자식 간에 칼부림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그저 소식으로만 들어도 마음이 철렁하는데, 그 현장에 직접 가서 일을 하는 작가는 정말 어떤 마음일까. 작가가 열심히 책에 써놓았지만, 그것은 그저 활자가 주는 느낌일 뿐 작가가 느끼는 현장감이 어떨지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저 그런 일을 선택해서, 이 책에 담긴 생각을 가지고 일을 있어가고 있다는 것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삶에 대해 회의감이 들 때,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갑자기 의문이 들 때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작가가 마주한 현장들이 생생하고도 적나라하게 표현되어있기 때문에 평소 책을 읽으면서 여운이 많이 남거나 기억이 오래가는 사람들은.. 조금 망설여보길 바란다.


나 역시 여운이 오래가는 성향이라 작가가 자살한 사람들과 고독사 한 사람들의 흔적이 남겨진 부분을 설명한 그 대목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아 기분이 씁쓸하고 찝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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