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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ug 06. 2021

학교의 가계부, 현금출납부

우리는 공금 횡령할 생각이 없다.

매달 초가 되면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현금출납부 결재를 맡는 것이다. 학교회계는 총 세 가지로 나뉘는데 아래와 같다.


1) 학교회계 : 학교 예산의 주축이 되는 회계이다. 모든 전입금(교육청에서 보내는 돈,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내는 돈, 혹은 다른 국가단체에서 보내는 보조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다.)

2) 세입세출외현금 : 학교회계를 제외하고 보험료(국민건강, 국민연금, 산재, 고용보험)와 세금(지방세, 국세, 소득세 등등)이 주로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며 그 외에 모금된 돈 등등을 다루기도 한다.

3) 발전기금 : 여러 단체에서 학생들의 복지나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기부해주는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다.



주로 급여를 맡는 막내들은 세입세출외현금이나 발전기금 통장을 맡고, 예산을 다루는 부장이나 실장들은 학교회계 통장을 맡는다. 나는 우리 학교에서 실장이지만 발전기금과 학교회계를 맡고 있다. (각 학교마다 사무분장이 다르지만 연차가 조금 쌓이면 결국 다 다뤄보게 된다.)


현금출납부의 기본은 매일매일 금액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금액이 맞아야 하느냐? k에듀파인 시스템상 입출금 내역과 실제 통장 입출금 내역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매일매일 맞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거래하는 업체와 손발이 안 맞아서 입금이 늦게 되었다거나 출금이 늦게 되었다거나, 혹은 교육청에서 돈을 내려준다는 공문은 내려줬는데 실제 돈이 들어오는 날짜까지 찍어서 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돈이 언제 내려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긋나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학교의 퇴근시간은 5시 전이고 교육청은 정시퇴근을 해도 6시이기 때문에 퇴근 이후에 교육청에서 돈을 학교회계에 돈을 입금시키면 내가 퇴근하기 전에 현금출납부를 맞추고 나왔더라도 그 이후에는 안 맞을 수밖에 없다.)


현금출납부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초임지에서 모셨던 두 번째 부장님. 그분도 운전을 못하시고 나도 운전을 못해서 같이 버스 타고 다니면서 처음에는 잘 지냈는데, 후에는 전환직에 대한 의견 차이로 결국 등을 지고 말았다. 전환직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차이인가!? 차별인가!?"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자세히 풀어보겠다.


https://brunch.co.kr/@jsmbja/451

https://brunch.co.kr/@jsmbja/452


하루는 같이 퇴근을 해서 버스를 탔는데 부장님이 안절부절못해 보였다.


나: 부장님 왜 그러세요?"

부장님: 아무래도 내려야겠어

나: 네? 왜요? 이 버스 놓치면 30분은 더 기다려야 해요. 돌아가는 버스도 잡기 힘드실 텐데..

부장님: 그래도 내려야겠어, 현금출납부가 안 맞았는데 영 찝찝해. 이대로 집에 가도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나: 네?


그 당시 나는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현금출납부가 뭐길래 퇴근하다 말고 학교로 돌아가는 건지 부장님의 내리는 뒷모습을 보면서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사무분장에 따라 동기들이 모두 맡고 있던 급여가 아닌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인사 등을 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돈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현금출납부가 무엇인지도 몰랐을뿐더러 그 중요성은 더더욱 몰랐다.


그다음 날 부장님의 표정은 정말 밝아 보였다. 지금은 그 표정의 의미를 안다. 우리는 공금횡령을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혹여나 불시점검을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왔을 때 현금출납부가 안 맞으면 그 책임은 다 우리에게 있다. 아마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공금횡령 사건과, 우리가 다루고 있는 돈이 공금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가끔은 너무 우리를 죄어온다는 느낌도 든다.



현금출납부로 점검 시 지적을 받으면 빠져나갈 방법은 딱 하나이다. 왜 현금출납부가 안 맞는지는 알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업체와의 관계 때문인지, 교육청에서 돈을 퇴근 후에 혹은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보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징수(혹은 수입)를 잡았는데 결재가 안 났다거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점검 나온 사람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를 해명했을 때 운이 좋으면 현장조치(사유서 쓰기)로 끝날 수도 있고, 원칙주의자 공무원을 만나면 바로 징계받는 것이다.



더불어 나는 첫 급여를 다온이 육아휴직 후 복직한 학교(4-5년 차)에서 했었다. 급여를 하면 "세입세출외현금" 통장을 관리하게 되는데 내가 처음 배운 것은 "세입세출 외현 금" 통장은 보험료와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무조건 0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뭐 당연한 거 아니겠어? 들어올 돈 들어오고 나갈 돈 나가면 0이 당연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우선 보험료와 세금이 변동이 많고, 정산도 해야 하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 매달 예상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건강보험 공단에서 보험료는 소득에 따라 비율을 달리해서 감면해주는 바람에 정말 하나하나 다 계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청구된 금액과는 달라서 아마 세입세출외현금 통장이 엉망 된 학교가 꽤나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거의 0으로 맞춘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불시점검은 나를 피해 가지 않았다. 다행인 건 내가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징계를 받은 적은 없었다.


이제 연차가 조금 쌓인 나는 생각한다. 굳이 세입세출외현금 통장을 0으로 맞추라고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있을까. 물론 0으로 맞추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항상 예외적인 상황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정말 어떤 저의를 가지고 안 맞추는 게 아니니까 담당자가 잔액의 출납의 이유를 알고 있다면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교육행정직을 주제로 브런치 북 2권을 발행했다. 그동안 완독자가 하나도 없었는데 오늘 갑자기 생각나서 들어가 보니 두권 다 완독자가 3명씩 생겼다. 교야호~~~~~~~~~~~~~~~~~~~~~~! 사실 세명이 큰 숫자는 아니지만 나의 브런치 북들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쉽거나 편한 책은 아니기에 나에게 더 의미가 있다. 누구신지 알 수는 없지만(혹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아직 브런치 잘알못..) 정말 감사드립니다. 물론 한 번이라도 들여다봐주셨거나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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