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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n 21. 2022

와! 여름이다!

물놀이 가자!

6월이 되기가 무섭게 날이 더워졌다. 내가 만약 딩크족이었다면 집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남편과 뒹굴뒹굴 거리다 최근에 넷플릭스도 공유받았으니 영화나 한편 보다가 또 뒹굴뒹굴거리다 각자 자유시간 갖고 배고프면 뭐 시켜먹고 하겠지만,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여름이니까, 더우니까, 주말이니까 어디든 가야 한다.



동네 엄마들을 통해 알게 된 물놀이 장소가 있었다. 텅 빈 주말, 다 같이 장을 보고 신나게 출발했다! 그런데 서로가 가족단위로는 처음 가보는지라 준비한다고 준비해서 갔지만 가장 중요한 걸 챙기지 못했다. 바로 얼음물. 퍼붓는 햇살 속에 아이들은 신나게 물놀이를 했지만 부모들은 물 밖에서 온몸이 탈 것 같은 더위와 싸워야 했다. 주변에 편의점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를 주고서라도 얼음물을 샀을 텐데 그곳은 정말 아무 곳도 없었다. 견디다 견디다 결국 안 되겠어서 나의 남편이 차를 끌고 나가서야 펜션을 발견했지만 그곳 매점에도 얼음은 없었다고 했다. 하, 신이시여. 결국 이 땡볕 더위를 피할 방법은 물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나이까.


하지만 나의 남편은 의지의 한국인이었다. 차를 몰고 더 나가다가 구멍가게를 발견한 것이다. 거기서 무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얼음물과 얼음 한 봉지를 구입한 것이다! 정말 칭찬해. 우리 남편. 물론 세 가족이 버티기에 너무도 부족한 양이었지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우리들은 서로 돌아가며 아껴 아껴 먹으며 저녁까지 그곳에서 버텼다.

신난 아이들. 물도 맑고 자리도 좋고.

이 날이 #라라 크루 첫 줌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저녁까지 먹고 출발해서 그런지 아이들은 40분이 채 안 되는 거리를 달려 집으로 오는 길에 잠이 들었고 도착해서도 깨지 못했다. 아이들의 꿀잠 덕분에 무사히 참여할 수 있었다. 인상 좋은 라라 크루님들.



그러고 나서 또다시 계획 없이 텅 빈 주말. 다른 가족과 함께 그곳으로 다시 물놀이를 가기로 했다. 이제 한번 겪었으니 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고 2L 생수를 두병 얼리고, 한 병은 차갑게 해서 가져갔다. 고기도 사고 라면도 챙기고, 아이들 수영복과 튜브, 수건과 여벌 옷도 완전 많이 챙겨서 들뜬맘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텐트나 그릴 같은 캠핑용품이 없는데(난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겁이 많고 자연을 싫어해서 노지에서 텐트 펴고 잔다는 자체가 상상불가이다.) 같이 가는 엄마는 엄청난 텐트족이라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미안하면서도 기대되는 마음으로 향했다.


오전에 갔음에도 인기가 있는 강변이라 이미 괜찮은 자리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 다행히 한자리가 남았는데 옆에 캠핑하시는 분들이 차를 주차해 논 상황이었다. 베테랑 캠핑족인 언니가 양해를 구하자 다행히 맘씨 좋은 총각들이 차를 빼줬고 그 자리에 텐트도 펴고 돗자리도 펴고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시작했다.


두 번의 캠핑 같은 물놀이를 다니며 느낀 건 다른 것도 다 중요하지만 옆 텐트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갔을 때 양옆에는 아이들이 없는 성인들로만 이루어진 캠핑족들이었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물장구를 쳐도 다 이해해주시고 되레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즐겁게 놀다 올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까 언급한 총각들은 진짜 제대로 갬성 캠핑을 즐기고 계셨는데 고맙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소품 하나하나가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이쁘던지, 나중에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모습이었다.


한바탕 신나게 물놀이했으니 점심을 먹어야지.

지글지글 고기 굽고, 아이들은 김밥도 먹고. 아이들은 시원하게 물놀이를 한 후라 잘 먹었지만 사실 더위에 유독 약한 나는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그래도 맛있게 냠냠. 먹다 보니 또 술술 들어가는 건 무슨 일이람. ㅎㅎㅎ 그런데 나랑 남편이 많이 먹지를 않아서 같이 간 엄마가 조금 난감해했다. 그래도 안 먹는 나 때문에 덩달아 못 먹는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꿋꿋하게 자기 혼자 고기를 더 구워 먹어 줘서 내심 엄청 고마웠다. 내가 안 먹어도 개의치 않고 같이 밥이나 간식을 먹는 엄마들이 양껏 먹었으면 좋겠는데,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러면 그쪽은 못 먹어서 언짢고 나는 나 때문에 못 먹는 게 뻔하니 마음이 불편한데 이 날은 그렇지 않았다.

좋은 날, 좋은 사람, 좋은 기분.



그런데! 두둥! 이번에도 결정적인 것을 빼놓았다. 바로 간식. 처음 이곳으로 물놀이를 왔을 때 장을 보면서 간식거리도 사고, 내가 따로 과자도 많이 챙겨갔는데 너무 더워서 그랬는지 다들 소식좌들만 모여서 그랬는지 아무도 간식을 먹지 않았다. 고기를 선호하지 않아 잘 먹지 않은 나만 깨작깨작 까먹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고기랑 라면 끓여먹으면 되겠지 싶어서 간식을 하나도 안사고 따로 챙기지도 않았는데, 막상 없으니 너무너무 허전했던 것이다. 캠핑 경험이 많은 언니가 애들 개수만큼 샌드 과자 두 종류를 챙겨 왔지만 모자랐다. 그때 라면이 눈에 들어왔다. 저. 거. 다.


조심스럽게 같이  언니에게 제안을 했다. 라면부셔먹는  어떠냐고. 다행히 언니가 흔쾌히 괜찮다고 해서 아이들한테도 라면을 부셔주고 우리도 같이 먹었다. 아주 꿀맛이었다. 물론 아이들에게 라면을 먹이는 것이 좋지는 않지만,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온실 속에서 키울 수는 없으니.


라면 먹고 물놀이 한판 더! 이번에는 수건을 넉넉하게 챙긴다고 6장이나 챙겼는데, 날이 저번처럼 쨍쨍하지도 않았고 간간히 바람도 불어서 아이들이 물속에서 어느 정도 놀다 보면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나오는 바람에 모자라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베테랑 언니가 목욕가운 두장을 가지고 와서 수건으로 닦아주고 번갈아가며 입혔으니 망정이지 감기에 된통 걸릴뻔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비치가운을 두벌 샀다. 그동안은 유원지만 다녀서 이런 물품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수영장이나 물놀이장이 아닌 이런 자연에서 놀려니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 걸 엄청 체감했다.


슬슬 캠핑의자도 필요할 것 같고, 조금 부피가 있는 보냉백도 필요할 것 같고.. 이쯤 되면 수호 작가님의 [맨땅에 캠핑] 책을 사야 하나 싶다. 하하하하. 음. 그렇지만 숙박을 포함한 캠핑은 안 할 것 같긴 하다.



저녁까지 라면과 밥으로 알차게 먹고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이게 또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 젖은 옷과, 수건을 챙기고 밥 먹은 잔해들도 치우고 텐트도 접고 돗자리 접고 옮기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며 난 절대 캠핑족을 못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냥 이렇게 캠핑족인 지인들 옆에 붙어서 같이 놀면 모를까.


이 날, 일전에 언급한 아이 꿈 키트에 있던 공룡 화산 폭발을 아이들과 다 같이 했는데 이건 밑의 글 2편에서 쓰려고 한다.

https://brunch.co.kr/@jsmbja/558

그런데 키트들이 어째 구성품들이 하나씩 죄다 빠져있는 것이 이 키트에도 식초가 빠져 있었다. 그래서 양 옆 텐트에 염치 불고하고 물어봤는데 둘 다 없다고 해서 포기했는데, 갬성 캠핑 중이던 총각들 중 한 명이 찾았다며 친히 가져다주었다. 올레! 진짜. 이날 거의 모든 게 좋았다. 특히나 옆 이웃들을 잘 만난 게 너무도 좋았다.


이제 날이 더 더워지면 이곳도 경쟁이 엄청나게 심해질 것 같다. 그럼에도 인위적으로 만든 물놀이장이나 수영장보다 이렇게 자연에서 노는 시간이 훨씬 소중하게 느껴지기에 (물론 나는 물에 안 들어간다. 나는 자연이 아직도 낯설다.) 더 부지런을 떨까 싶다.


함께해서 좋았던 시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던 이 날. 행복이 한 층 더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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