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근본적으로 손으로 하는 일이다.
손을 쓴다는 건, 곧 어떤 도구를 다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발사에게 그 도구는 가위, 클리퍼, 그리고 빗이다.
오랜 반복을 거치며 도구를 다루는 손끝에는 나만의 감각이 생긴다.
시간이 흐를수록 ‘힘을 줘서 자르는’ 느낌보다는
어깨와 팔의 힘을 빼고, 손끝으로 미세한 압력을 전달하는 감각이 더 중요해진다.
그 감각이 가위의 날에 날렵함을 더한다.
가위날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남은 머리카락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순간
눈은 자연스럽게 그 움직임을 좇는다.
남아 있는 머리카락 한 올, 그 미세한 방향과 속도 하나로
스타일의 전체 인상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감각들이 쌓여 나의 기술이 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손이 서툴면 마음도 흔들린다.
마음이 흔들릴 때, 손은 그 마음을 따라간다.
결국 손의 정직함만이 나를 증명하는 유일한 도구다.
훈련된 손은 익숙한 동작을 빠르게 수행하지만,
그럴수록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
작은 실수가 쌓이면, 언젠가 그것이 돌아와 악몽이 된다.
그리고 그 악몽의 결과는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한다.
어느 정도 손님을 받다 보면 손이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생긴다.
어느 날 나도 그랬다.
똑같은 방식, 마치 수학 공식처럼 대입하듯 머리를 자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수학이 아니다. 컴퓨터가 아니다.
사람마다 머리도 다르고, 마음도 다르다.
그 사실을 그날의 실수를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
지금도 위험 요소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아무리 조심해도, 마음먹은 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보다 태도다.
내 마음의 변화가 태도의 변화를 만들고,
그 태도가 결국 손끝에 진심을 담아낸다.
나는 내 손으로 일하고, 내 손으로 책임을 진다.
그 책임감이 손님의 머리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만들고,
그 태도가 나의 자존을 지탱한다.
손으로 일하는 사람은 대체로 조용하다.
그러나 그 손끝에는 언제나 진심이 있다.
‘모든 디테일에는 내 진심이 닿는다.’
그것이 내가 지키고 싶은 자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