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물 안이 비좁다
우물 속에 삼켜져 소화를 기다리는 것 같다
우물 속에서 태어나 우물 속에서 살아가는,
우물 속에서 죽을 나를 안다는 것이
가끔은 오늘처럼 한없이 우울할 때가 있다
쉽게 짐작가능한 미래를 알면서도 산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동그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너무 답답하다
나한테 허락된 건 손바닥 하나만큼의 하늘이니까
나의 작은 손바닥 하나에 가려지는 것이 하늘이니까
세상이 넓다는 걸 알아갈수록 저 작은 나의 하늘이 한스럽다
파랗고 하얗고 검은 나의 하늘이 밉다
묵묵히 우물 벽을 오르다 떨어지는 놈들
한때는 그놈들을 비웃었다
야 저놈들 또 올라가려고 한다
평생을 해봐라 올라가나
괜히 힘 빼지 말라고
거창하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손가락질해댔다
그래도 말없이 다시 올라갈 준비를 하는 놈들을 보면
나는 다시 비웃음을 내뱉을 준비를 하는 와중에
마음 한구석으로는 싫었다
그놈들이 실패를 알면서도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절대 그들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이 싫었다
나는 그런 용기가 없다
실패를 아는 도전을 나는 결코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비웃었다
저놈들이 멍청한 거라고
이루지도 못할 것 때문에 상처받는 저놈들이 멍청한 거라고
나는 정상이라고
이루지 못할 것에는 도전하지 않는 내가 똑똑한 거라고
그런 비웃음을 내뱉고 나면 항상 뒷맛이 씁쓸했다
꿈과 현실을 타협한 나는
저들처럼 빛나는 영혼이 사라졌으니
나는 언제든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하며
으스대는 꼴만큼 보기 역한 게 있을까
내가 그렇다
나의 손은 우물 벽을 오르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모른체한다
말랑대는 손바닥을 등 뒤로 감추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그들을 보며
너네들이 못하는 것을
나는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나의 말에 그들은 그저 침묵했고
나는 이제 그 침묵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다
그냥 그렇게 자위하며 살아왔는데
이제야 안 거지
난 우물 밖으로 갈 수 없어
갈 수 있다 해도 가지 못해
우물 밖은 무섭고 두려우니까
우물 안이 비좁고 답답해도
나는 이 우물 안을 벗어나지 못해
평생을 우물 안에서 살아왔더니
나의 모든 것들이 이 우물 안의 크기와 같아졌어
나는 평생을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야 하는 거야
그게 한스럽다고 말은 해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사실에 안도하는 내가 싫다
우물에 맞춰져 버린 삶을 살아야 하는 것에 맞춰진 내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