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나무의 감정, 열매는 마음

by 장순혁

갈라져 바스락거리는

가지에 맺힌 잎을

억지로 떨어뜨려

그 잎을 양분 삼아

다음 봄에 새로운 잎을

피워 내려 하는 나무의 기도

해와 땅의 영양이 부족하면

차라리 죽었으면 되었을 텐데

제 몸을 깎아

양분 삼아 살아갈 정도로

삶에 미련이 있었는지

나비와 벌에게 양해를 구하고

맺힌 꽃들 중 하나의 꽃을 꺾는다

모가지만 잘린 꽃의 향이

나의 몸 곳곳에 닿을 수 있게

깊게 들이마신다

잎이 지면 꽃이 맺히고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히고

열매가 지면

그제야 나무 홀로 남게 되는데

나는 아직도

나무에 맺힌 꽃의 향을 맡으면서도,

나무에 맺힌 열매를 따서 먹으면서도

나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네

조용히 차오르는 생각은

누구의 것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하며 머리끝까지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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