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별, 남자, 안동역에서

에세이

by 장순혁

달은 숨고 별들만 자릴 지키는 밤

골목길 가로등 아래를 지나가며

비척거리는 한 남자의 중얼거림

아아, 한때는 술 대신 꿈을 마셨지

저 별들보다 찬란하고 반짝이는

참으로 아름다웠던 나만의 꿈을

그러나 꿈은 겨울 꽃처럼 죽었네

사회에 치여, 세월에 상해, 그렇게

전봇대를 붙잡고 구역질을 한다

남아있는 꿈 찌꺼기를 토해낸다

한참을 토해내고 토해내던 남자

주머니 뒤적거리며 담배를 꺼내

닳고 닳은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들러붙은 꿈의 잔여물 하나까지

새하얗고 매캐한 연기로 뱉는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알았다면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텐데

포기란 이리도 추한 것이었던가

아니면 나만 추하게 변한것인가

곧이어 다시 비척대며 걷는 남자

비틀거리는 술기운의 그림자는

꽤나 화한 냄새를 풍기며 사라져,

아스팔트 위 발자국만 남겨지네

따라 사라질 발자국만 남겨지네

안동역의 한겨울도 사라져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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