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이후 종종 듣는 이야기다. 팬클럽. 그렇다. 나에게는 팬클럽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쓰기 전까지는 존재를 몰랐던 팬클럽이다. 작고 소중한 이 조직은 세상 무해한 눈빛을 장착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줄 아는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나를 키우는' 그리고 '나를 세우는'. 내가 쓴 원고를 다 읽고 난 후 편집자님이 전체 내용을 이렇게 나누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셨다. 그 의견에 따라 한 챕터를 통째로 날렸고, 여기에 맞는 꼭지를 몇 개 더 썼다. 1부인 '나를 키우는'에는 내가 처음 경험한 엄마라는 낯선 길, 그곳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아이들과의 사랑스러운 에피소드와 함께 담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선생님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나는 실제로 그러한 육아의 순간들 덕분에 자꾸 더 자랐다. '나를 세우는'은 육아의 순간들에 채워진 사랑 덕분에 다시 세상으로 나설 수 있었던 나의 여정을 담았다. 대단한 것을 이루겠다고 마음먹지 않았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도전들. 이 책을 읽는 엄마들이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 볼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성 들여 썼다.
책을 쓰는 내내, 나는 이 이야기가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육아란 아이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당연히 대부분의 이야기에 아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생각은 내 거니까 이 책에서 중심이 되는 건 그저 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편집자님이 제목 후보 리스트에 <엄마의 팬클럽>이라는 후보를 추가했다. 읽다 보니 아이들이 엄마의 팬클럽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글 속에서 나와 아이들의 관계가 보였던 모양이다. '팬클럽'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고 어색했지만, 왠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편집자님이 <엄마의 팬클럽>이라는 제목 후보를 추가하기 전 날 첫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엄마, 난 엄마가 자랑스러워."
아들로부터 듣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말은 참 달콤하다. 모자 간의 사랑이란 당연한 거지만, 첫 책이 나온 후로는 거기에 자랑스러움이 더해졌다. 그때부터 아이는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엄마를 자랑했다. "우리 엄마는 책을 쓰는 작가예요." 학원이 바뀌거나 학년이 바뀌고 선생님과 첫 통화를 할 때면 "축복이가 어머님이 작가라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하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땐 수줍게 "네." 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 '작가'로 알려져 버린 게 민망하긴 하지만, 아들의 눈에 비친 내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는 자주 엄마의 다음 책은 언제 나오냐고 물었다. <VACAY>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도 싱글벙글하며 물었다. "이제 엄마가 쓴 책이 또 나와?" <VACAY> 서울 편이 나왔을 땐, 담당 에디터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여기 있다. 정. 소. 령" 했었다. 물론 아이들은 글을 쓰지 않는 엄마도 사랑한다. 그런데 사랑에 자랑스러움까지 얹을 수 있다는 건 배로 행복한 일 아닌가.
엄마 책을 첫페이지부터 빠짐없이 꼼꼼히 읽어준 둘째.
<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가 나오고는 둘째가 더 열렬히 반응했다. 집에 도착한 엄마 책을 발견하자마자 정독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전 날 표시해 둔 부분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틀 만에 다 읽고서는 "우리는 엄마의 팬클럽이야." 한다. 글자는 봤어도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을 줄 알았는데 읽다가 가끔 깔깔대더니, 다 읽고서는 책의 내용을 줄줄 읊어댄다. 결국은 불발되었지만 잠시 <VACAY>3호를 준비한 적이 있다. 출장 일정을 정하면서 엄마가 일주일 정도 집을 비워야 한다고 했더니 의젓하게 알았다고 답한 둘째는 본인 통장을 헐어 엄마 노잣돈을 주겠다고 했다. 교토까지 가니까 용돈이 필요하지 않겠냐면서.
<엄마의 팬클럽>이라는 가제는, 회의를 통해 <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라는 더 구체적인 제목으로 바뀌었다. 사실 처음에 나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어색해서 이런 제목이 괜찮을까 싶었다. 정해진 제목을 들은 사람들이 자꾸 다른 종류의 팬클럽을 생각해서, 읽고 나서 속은 기분이 드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이번 책이 나오고 나서 다시 깨달았다. 나에게 열렬한 팬클럽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는 걸. 두 아들은 누구보다도 축하했고, 지지했고, 응원했고, 자랑스러워했고, 기뻐했다. 엄마의 걸음을 자꾸 더 든든하게 해 준다. "엄마, 글 쓸게. 축복이는 해야 할 일 하고 있어." "엄마 글 써야 하니까 꿈이 혼자 좀 놀고 있어." 하면 알았다고 답하는 아들들. 그들이 엄마의 꿈을 지지하는 고마운 팬클럽이 아니고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