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 가슴은 뛰는데

더글라스 케네디 <오후의 이자벨>

by 최태경

평생 지워지지 않을 단 하나의 사랑!

마지막 장을 읽으며, 주책맞게 눈가가 젖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마주한 후리지아. 노란빛이 참으로 곱다.


처음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쳐>를 시작으로, <모멘트> <리빙 더 월드> <파이브 데이즈> <템테이션> <파리 5구의 여인> <위험한 관계> 그의 작품은 머리가 복잡할 때 술술 읽기에 좋은 책이다. 그래서 내겐 믿고 읽는 작가 중 하나다.

서점에서 어슬렁거리다 책 표지가 눈에 띄어 집어 든 <오후의 이자벨>

그녀 이전에는 섹스를 몰랐고, 자유를 몰랐으며, 파리를 몰랐고, 그녀로 인해 인생을 알게 된 애송이라 자칭하는 샘의 독백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서두를 읽다가 끌려 읽어 내려갔다.


사랑 그거 좋지.

어릴 때는 마흔 살이 넘으면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삶에 지쳐 가슴도 뛰지 않을 줄 알았다.

뭔 소리.

보고 듣고 느낀 경험치가 있으니 중년이 되면, 사랑을 해도 찐하게 농익은 사랑을 할 수 있다.(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본인 가슴엔 아직도 불덩이 같은 열정이 남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

오래간만에 읽는 연애소설은 달달하다.


어느 순간 이자벨이 되어 샘의 가없는 사랑에 대리만족을 한다.

세상 어느 누가 사랑받는 게 싫겠는가. 사랑은 눈에 콩 꺼풀을 씌우고, 지옥 불에도 뛰어들게 하고, 요단강을 건너게 하며, 세상 유치한 짓을 서슴없이 하게 만든다.

이를 부정하는 자. 필시, 사랑 한 번 못 해 본 사람일 것이다. 곰곰이 곱씹어 뒤돌아보니 필자는 진정한 사랑 ????(함구합니다ㅎ)


영화도 그렇지만 책은 글 속으로 깊이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가보지도 않은 프랑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이자벨의 작업실에서 그들의 사랑을 몰래 훔쳐보게 만든다.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전처 레베카도 안쓰럽다.

등장인물에 대한 섬세한 감정표현 때문이리라.


사랑은 요물이다.

영원할 줄 알았지만 변색되고, 잡은 줄 알았는데 어느새 도망가 버린다. 세상 달콤했는데 쓰디쓴 독주가 되기도 한다. 사랑만 있으면 될 줄 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밑 빠진 독처럼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목말라진다.

사랑을 잃어봐야 진가를 알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건 없을 것이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마른 나뭇가지에 봄바람이 일렁거리면 곧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겠지.

내 마음가지에도 새순이 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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