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소리 없이 다가와
계절의 시작을 알리고
한없는 표정 짓고
사뿐히 내게 다가왔다
봄은 그렇게 소리 없이
여름·가을·겨울을 돌아 꽃 피는 봄날이 찾아온다. 봄은 ‘희망’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메말랐던 나뭇가지에 초록의 생명들이 돋아난다. 얼어붙었던 대지에는 온갖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고, 봄꽃을 따라 꿀벌들이 모여드는가 하면, 하늘에서는 종달새가 지저귄다. 개울가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땅에 씨앗을 뿌리면 소리 없이 새 생명이 자라난다. 이 모든 것들이 봄에 느끼는 하나의 시작이다.
봄은 표정을 짓는다.
밭고랑 사이로 봄비가 내리다 그치면 연무가 다시 휘감고 돈다. 그 발걸음에 물기 먹은 땅은 비로소 봄을 담아낸다. 산 능선 위로 펼치지는 봄의 화원 벚꽃들이 무리 지어 꽃망울을 터뜨린다. 벚꽃의 만발은 봄이 내뿜는 최고조의 절정이다. 봄은 이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해 내게 다가온다.
봄은 따뜻함이다.
아침 출근길.. 나무를 감싸 안은 셀 수 없는 꽃잎들, 한낮... 하늘까지 덮어버린 봄꽃 길, 저녁 퇴근길... 가로등 불빛을 머금고 새로 갈아입은 밤의 정원... 거기에 사람의 온기를 더한 봄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봄은 인생과 닮은꼴이다.
봄날은 짧지만, 꽃은 피고 사명을 다한 봄은 그렇게 소리 없이 진다. “꽃이 피어날 때는 기쁨이고, 지고 나면 슬픔이다.” 어쩌면 봄은 분명! 시작을 알리는 절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대변해주는 시금석일 수도 있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봄날도 잠시 머물 뿐, 우리 곁을 떠나고 만다.
그렇지만, 우리는 꽃 피는 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