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그리워 해를 닮아버린 해바라기는 뜨겁게 타오르는 여름 해를 좋아하여 7~8월에만 피는 꽃이다. 그러나, 애처롭기까지 하다. 강한 여름 햇살은 해바라기를 태울 만큼이나 강렬하게 비추는데 해바라기는 아랑곳하지 않는 고결한 일편단심의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한 철을 살다가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괴로움의 발로(發露)다. 정처 없고 기약 없는 기다림은 사람의 마음을 고통스럽고 피폐하게 만든다. 그래서 짝사랑은 가장 미련한 사람이 선택한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어느 누군가는 그리움을 붙잡고 사는 것이 꼭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움마저 떨쳐버리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기에...
평소 아침, 저녁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던 사람이 하루라도 운동을 멈추면 허전함이 밀려오는 것처럼, 그리움을 떨치면 텅 빈 마음을 채울 수 없는 허망함이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산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소중하고 행복했던 추억들이 남아 있어서다. 마음이 아프고, 슬퍼하더라도, 그립고 그리워하는 것은 마음속 깊이 얼룩처럼 번져있는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은 가슴 가득 사무침으로 파도가 되어 격하게 부딪치기도 하고, 싸늘한 밤바다의 바람이 되어 내 마음을 더욱더 옥죄기도 한다. 그리움을 이고 산다는 것은 바위를 이고 사는 것처럼 무거움에 벌벌 떨어야 하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우리는 그리움 하나쯤 가지고 살아야 한다. 고향의 대한 그리움도 좋고, 풋풋한 첫사랑의 동화 같은 그리움도 좋다. 그리움을 담고 산다는 것은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좋고 나쁜 기억을 떠나서 뭔가를 추억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은 가슴 깊은 곳에 아직도 그 사람의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서다.
또한,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따뜻한 봄날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오늘도 그리움의 바다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