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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ul 25. 2023

제5편_ 평상심

폐목의 종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나무들의 집합체다. 가장 흔한 종류는 우리나라 산림면적 중 약 25% 244만 ha의 소나무가 제일 많고, 그다음으로 거센 파도에 풍랑을 맞아 침몰된 어선이나 상선의 잔해가 그다음을 차지한다. 물론 장마철 폭우로 인해 가옥이나 건물 침수 잔해 역시 드넓은 바다로 유입돼 바다는 폐목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오늘 서각작품으로 선보이는 폐목의 종류는 얇은 베니어판이다. 생각보다 크고 작은 베니어판은 눈에 잘 띄었다. 1주일에 한번 정도 배를 이끌고 폐목 수집을 하는데 무인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 중 하나다.

다양한 폐목들이 제각기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빛바랜 베니어판에 서각 칼로 길을 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나무에 비해 글자를 파고 도는 부분에서 나무는 자꾸 이탈해 글자를 파내기가 쉽지 않았다. 순조로운 작업을 위해서는 글자 표본에 강력본드를 주입시켜 한 나절을 기다려야 했다. 더욱 곤고해진 나무는 글자를 파는데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무 조각의 잦은 이탈은 피할 수 있었다.

물에 잠긴 섬을 형상화해 베니어판 전체를 검은색으로 마감처리를 했다. 늘 변함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평상심을 잃지 않는 지혜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참 어렵고 난해하기까지 하다. 저울의 추를 기울임 없이 한가운데 유지하는 것은 세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을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은 자신에게 처한 어려운 문제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긍정적인 사고로 극복하는 동시에 외부의 부정적인 자극 요소들이 엄습하더라도 주변 환경과 잘 융합해 해결하는 자세를 말한다.


*서각 비하인드>>

1. 베니어판 자체가 일반 목재보다는 현저하게 얇기 때문에 글씨를 새기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글자를 파 내는 동안 의도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나무 조각들이 탈피가 되면 기운이 빠진다. 그래서 처음 칼을 대서 탈피현상이 많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목재용 본드를 1차로 바른 후 작업하는 게 좋다.


2. 베니어판의 두께를 먼저 가늠한 후 글자새김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사전 준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서각 칼로 길을 내다보면 얇은 나무에 구멍이 날 수도 있으니 이점 유의해야 한다.


3. 작품 완성 후 마지막 양쪽 고리를 달 때도

얇은 나무라는 점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구멍 홈을 내야 한다. 고리를 견고하게 부착하기 위해서는 홈에 강력본드나 목재용 본드를 삽입 후 망치질을 해서 양쪽 고리의 수평을 잡아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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