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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03. 2023

제17편_ 새섬이 좋구나

22년의 시간을 도시인으로 살다가 2017년 8월 새섬(전남 진도군 조도면 소재)으로 귀향해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글씨 프로젝트 '사랑의 서각 명패 달아주기 운동'이었다.


군에서 일괄적이고 영혼 없는 플라스틱 명패 대신 고향 사랑을 실천하면서 섬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조우에 이만한 게 없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진도 조도 새섬을 비롯 전국 각지, 해외교민에 이르기까지 총 200여 세대 서각 명패를 지금까지 달아줬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섬살이에서 좋든 싫든 간에 바다와 호흡하기 위해서는 낚시가 유일한 취미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낚시 마니아들처럼 어느 특정한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낚싯배를 렌털하고 물고기에 부합하는 낚싯대를 구입하는 마니아는 아니다. 단순한 생활낚시로 환경에 적응하는 수준의 낚시를 하는 정도다.


낚시 출조에 앞서 기본적인 낚시 도구는 기본인 만큼 가끔 섬에 있는 낚시점을 들리면서 나를 알아보는 주인내외가 대접한 믹스커피 한잔으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진도군에서 설치해 준 명패가 몇 년이 지나 비바람과 강풍으로 깨지고 색이 바래 더 이상 달아놓기가 멋쩍어 1년 전에 떼어냈다면서 명패하나 달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정현옥ㆍ이순안 부부 집에 달아준 서각 폐목 명패

바로바로 공수되는 생나무로 명패를 달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섬 주변의 폐목을 수집해 용도에 맞춰 달아 주는 폐목 명패다 보니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을 전하고 낚시점을 빠져나왔다.


세상에 하나뿐인 폐목 명패는 달아주기로 약속한 날로부터 2주의 시간이 흐른 뒤 작업이 완료가 되다.


무엇을 바라고 시작한 재능기부가 아니다 보니 명패를 달았던 낚시점 내외는 김치를 담아 손수 내 작업실로 찾아왔었다. 아마 2021년 12월의 어느 겨울날인 듯싶다.

재능을 이웃과 나누면 서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그날의 기억이었다.


*서각 비하인드>>

1. 명패의 작업은 다른 일반 작품 작업보다 더 글자의 가독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전기 대패를 이용해 2mm 이상을 깎아준다. 글자가 들어가는 부분이 평평할수록 글자는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2. 작업 완료 후 투명 락카 역시 2~3회로 나뉘어 뿌려줌으로써 광택효과를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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