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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Oct 05. 2019

동물의 천국 방콕

오늘은 도심에서 무슨 동물을 만날까

두 살부터 여섯 살까지 방콕 진이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동물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 섞인 표정으로 처음 만나는 동물을 바라볼 때의 반짝이는 눈빛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방콕에 살면서 만난 동물들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댁의 아이가 동물을 좋아한다면 방콕은 정말 즐거운 여행지가 될 거예요.


 방콕은 동물들이 살기에 정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구 천만을 훌쩍 넘는 대도시이지만 곳곳에 큰 공원과 푸른 숲이 펼쳐져 있지요. 주택가 곳곳에도 아름드리나무들이 많아 새와 벌레들이 살기에 매우 좋습니다. 열대 기후라 추위가 없어 동물들이 얼어 죽을 염려가 없습니다. 과일나무들도 많고 벌레도 많아 작은 동물의 먹이가 굉장히 많지요. 무엇보다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것 같습니다.


태국 거리 또는 공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동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방콕은 열대 기후라서 그런지 온갖 생물들이 많습니다. 어른 손가락 두 마디보다 더 큰 바퀴벌레도 길거리에 널려있지요. 비가 오면 바퀴벌레들이 하수구에서 줄줄이 기어 올라와 대피를 하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녀석들은 익사해 물 위를 둥둥 떠다닙니다. 방역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온갖 벌레들이 집안에서도 발견되기 일쑤입니다. 모기는 기본이고 바퀴벌레, 노래기, 날개 달린 흰개미가 자주 목격됩니다. 

한국에선 만나기 어려운 동물들도 많습니다. 왼쪽부터 도마뱀붙이(찡쪽), 두꺼비, 땅뱀입니다. 땅뱀은 지렁이 보다 조금 큰데 엄청 빨라서 놀랐습니다. 물지는 않는다네요.

 벌레가 많으니 벌레를 잡아먹는 동물들도 많습니다. 집안에서 도마뱀붙이(현지어로는 찡쪽)를 보는 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아무리 틈새를 잘 막아도 어디론가 들어오지요. 현지인들은 찡쪽과 벌레는 공기와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 듯합니다. 


 온갖 새들도 날아와 베란다 난간에 앉아서는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는 참새와 제비, 까마귀, 영어로는 'myna'라고 번역되는 '이앙'새가 많이 찾아왔습니다. 꾀꼬리, 직박구리 등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새들도 많습니다. 길거리에는 주인 없이 풀어진 떠돌이 개들이 많습니다. 길고양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연못이 있는 공원에 가면 악어로 오인할 만큼 덩치가 큰 물왕도마뱀이 유유히 헤엄치는 걸 목격할 수 있습니다. 처음 룸피니 공원에 아이 데리고 놀러 갔다가 악어를 발견할 줄로 착각하고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나네요.

방콕은 어딜 가나 생물들이 많습니다. 공원에도 주거지에도 상가에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수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아이들의 감수성 교육에 좋을 듯 해요.

 열대 기후와 살생을 꺼리는 태국의 불교문화가 만나 방콕의 동물들은 인간의 횡포에서 약간 벗어나 살아갈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사람도 동물도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의 대도시와는 약간 다른 풍경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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