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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e blind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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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삼열 Sep 18. 2023

악몽


잘 드는 지우개로 

문질러서 너를 

지워 지워 지우면      


은장도같이 빛나는 

새까만 밤을

흘러 흘러 가겠네      


밤은 노래하고 

실타래같이 술술 풀려 

너울너울 일렁이겠네     


닭울음 동녘을 깨우고  

달은 서로 기우는데      


무서운 생각에

잠겨 오늘도 잠겨 

잠 못 이루네     


견우직녀 서로 

말 없이 흘러 흘러 

무표정한데     


달토끼는 밤을  

노래하지 않는데  

우리는 우연한 회우를     


잘 드는 지우개로

문질러서 너를

지워 지워 지우면      


붉은 꽃잎 하나둘 

고이 고이 접어 

우리는 우연한 회우를      


한다 

안 한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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