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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최민우 옮김

스웨덴에서 온 까칠한 이웃 오베가 선사하는 웃음과 감동의 하모니!




오베!

그곳에서 사랑하는 아내 '소냐'를 만나고 있나요?

어느 겨울 아침  당신 스스로 목숨을 거두어 당신의 소원대로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떠났잖아요.

변함없이 집 주변의 눈도 깔끔히 치우고 당신의 삶에 큰 변화를 준 옆집 세 아이의 여인에게 간단한 유서를 남기고 떠났죠. 

그리고 재산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웃집 아이들과 여인에게 모두 물려주었습니다. 사실 그 이웃들이 없었다면 오베 당신의 마지막 삶은 분노와 불평, 미움 속에서 끝났을 것이며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주는 행복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도리어 끝내 자살하지 않고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가 여생을 마치는 것도 좋은 결말이었는데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이승의 행복보다 저승의 사랑이 더욱 간절했겠지요.

사실 저는 당신이 자살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 강도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기사회생하는 장면을 보며 이제 더 이상 자살을 시도하지 않겠구나라는 지레짐작을 했지요.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


현관 중앙에 목을 매달고, 사브 자동차에 배기가스를 채우고, 장인이 물려준 장총으로 머리를 겨누는 등 몇 번의 자살시도는 이웃들의 우연스러운 간섭으로 무위에 그쳤죠.

당신은 그 삶의 연장된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베풀었습니다. 앙숙 같은 친구의 라디에이터를 수리해주며 우정을 회복하였고 옆집 아줌마의 운전교습과 출산을 도왔고, 이웃집 아이에게 값비싼 아이패드를 선물했으며 게이 아들과 아버지 간의 화해를 이끌었고, 생판 모르는 카페의 온풍기를 수리해 주었고, 젊은 친구의 연애 사업을 돕기 위해 자전거를 고쳐주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도움을 주고 떠났습니다.

그런 당신을 사람들은 '꼰대', '까칠한 영감탱이', '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라고 몰아붙였습니다.

다소 말투가 퉁명스럽고 화가 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당신의 속마음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공동체 마을에서 지켜야 할 규율과 의무 때문이었죠.

그것이 무너지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어렵게 지탱해온 공동체마저 황폐화될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 이것은 오베 당신의 고단했던 어린 시절부터 직접 경험한 삶의 진리입니다.




홀아버지의 밑에서 자라면서 항상 사랑이 부족했고 그저 먹고 자는 삶의 반복 속에서 행복은 찾을 수 없었죠.

정직과 성실을 가르쳐준 아버지마저 세상을 버리고 당신 홀로 남은 삶은 무서움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지나친 정직과 경직된 윤리 의식은 감동을 주기보다 적당히 살지 못하는 당신의 삶이 답답해 보이기도 했죠.

결국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팽개쳐진 당신. 배운것 없고 부모마저 없는 고아 신세.

남은 것은 오직 아버지가 남겨준 집 한 채.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고자 이리저리 공사판을 기웃거리며 기술을 익히고 건축 폐자재를 끌어 모으면서 마침내 당신만을 위한 번듯한 집한 채 갖추었지만 그것마저 불난 집에서 이웃집 아이를 구하려다 도리어 당신의 집은 불타 버리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비싸게 구매한 화재보험마저 사기꾼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세상은 당신을 위해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 처참한 운명 속에서 당신의 연인 '소냐'를 만난 것은 불행에 대한 절대자의 보상이었을까요. 

2016년 5월 26일 개봉한 동명 영화


너무나도 당신과 다른 '소냐'. 아름다운 얼굴, 이해와 배려심 많은 내면을 소유한 그녀. 많은 독서로 이뤄진 지혜와 혜안. 당신과 많이 달랐기에 당신에게 어울렸던 천상의 여인. 소냐는 당신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소냐와의 사랑 이야기는 그 얼마나 극적이며 아름답던지요. 운명 같은 사랑은 그런 것일까요.


사람을 꼼짝없게 만드는 신비로운 힘. 당신이 가진 장점을 알아내고 그런 당신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소냐. 그러나 단한 번의 스페인 여행이 불운의 시작이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버스 사고는 미처 태어나지 못한 아이와 소냐의 하반신을 잃게 했습니다.

아버지가 되지 못한 오베. 그러나 소냐는 참으로 강한 여성이었습니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했죠.

아베와 소냐 모두 좋은 사람들입니다.

당신은 이웃의 도움을 뿌리치지 못하는 친절한 마음을 가졌고 소냐는 지혜로움과 강인함. 그리고 희생정신을 가진 여성이었습니다.

당신의 까칠한 남자가 되었던 것은 지나온 삶의 불행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일삼는 사람. 친절을 과장한 사기꾼의 배신, 아내를 죽게 한 운전사의 음주행위 등 이 모든 것은 불행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베' 당신은 세상과 사람들을 믿지 않았고 당신 스스로 모든 법규와 규칙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당신이 까칠하게 된 이유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엉뚱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어떨 때는 너무나 슬프기도 합니다. 가볍게 듣고 흘릴 수 있는 좌충우돌식 별난 늙은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묘한 삶의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할까요. 최악의 불행 속에서 행복의 순간은 찾아오고 성실과 근면 속에서 삶의 가능성은 이어지고, 결코 인생이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공유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 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동마저 있습니다. 당신의 삶 속에서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하늘나라로 간 오베. 그곳에서 '소냐'와 못다 한 행복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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