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다니..!?
관계가 오래되면 얘깃거리가 없어진다는 말은 순 엉터리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겠지.
어젯밤 올해로 18년 된 지기와의 통화시간만 봐도 알 수 있다.
전화를 끊을 때 돼서야 비로소
"야! 우리 1시간 넘게 통화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래, 여자들의 수다는 이맛이다.
1시간 넘게 통화를 하고 나서도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라며 전화를 끊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의 수다는 소중하다. 복잡하고 심난했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있고, 감정을 표출할 수도 있고, 별 것 아닌 것에 빵빵 터질 수도 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재미있는 대화는 없다.
대화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뒷받침된다면 절대 줄어들 수 없다.
뭔가를 함께 하든, 각자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대화 상대와 함께한 추억이 부족하다면,
요즘 그가 즐겨보는 넷플릭스 콘텐츠, 책, 재미있게 본 영화 등을 물어보며 추천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그가 추천한 것들을 보고 읽는다.
그런 후에 다시 대화를 시작한다. 얘깃거리가 끊길리 없다. 꼬리의 꼬리를 문다.
같은 걸 보더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장면을 얘기하면 그건 그거대로,
같은 걸 느끼고 생각했다면 그건 그거대로 대화가 될 수 있다.
사실 그가 추천하는 것들이 내 취향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그로 인해 새로운 장르, 새로운 영역 등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생기면 선뜻 뭔가를 추천해달라고 말한다.
그 말은 곧 "당신에게 관심 있어요"
혹은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어요"
또는
"당신과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요"라는 나만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뭔가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신나게, 더욱 공들여 말한다.
상대는 별 생각 없을지라도,
나에겐 특별한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마음 저변엔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거나,
이렇게 지적인 사람이라는 걸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일테니 이정도의 '지적 허영심'은 너그럽게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
요즘 내가 넷플릭스로 보고 있는 건, <스위트 투스>와 <마인>이다.
이 작품들만 봐도 요즘 내가 누구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상대는 눈치채지 못할지 모르지만, 당신만이 해독할 수 있는 호감 문장이 있는가?
무엇이든 추천해줬음 좋겠다.
그리고 그걸 보고 우리 다시 만나 얘기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