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겉모습이나 특징을 보고 그에 맞는 이름을 짓는 것처럼, 모든 일은 그에 맞는 격에 맞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 모습을 보고 상황을 판단하거나, 적절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 사람의 이름에 있어서는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 이름을 지을 때 거의 모든 부모들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좋은 의미가 있는 이름을 지어주곤 합니다.
살면서 만나온 사람들 중에서 유달리 '이름이 참 예쁘다, 그대도 참 좋은 사람이겠지'라고 느껴지는 그런 이름들이 있습니다.
제가 20대인 시절, 저에게도 그렇게 특별한 울림을 주는 이름을 가진 후배가 있었습니다. '성찬'이라는 이름의 건축을 전공하던 후배였죠. 학과는 달랐지만 같은 동아리였던 그 후배는 함께 술자리를 늦게까지 하거나 살갑게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후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는 참 예뻐했던 후배로 남아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거나, 조용히 앉아 기타를 치거나 조곤조곤했던 그의 말투도 참 착실하고 괜찮아 보였습니다.
다른 남자들처럼 흔한 속어나 욕설 같은 것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더 눈길이 갔습니다. 적당한 키에 피부도 매끈했으며 늘 차림이 깔끔하고 단정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중에 결혼해서 아들을 낳으면 네 이름으로 지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성찬'이라는 단어는 꽤 오랫동안 성당을 다녔던 제게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입니다. 성찬식은 천주교 신앙생활의 중심이며 매 미사마다 거행되는 가장 중요한 예식 중 하나이죠.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의식이기도 하고,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된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매우 경건한 의식이죠.
지금은 냉담한 지 십여 년이 넘었지만, 당시는 신실한 신앙을 가지고 열심히 성당을 다녔었기에 이 후배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녀석도 역시 천주교 신자였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아마 비슷한 이유로 이 이름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좀 흐른 뒤 허영만 화백의 '식객'이라는 연재 만화가 유행을 탄 적이 있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렸고,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 만화로 인정받은 작품이었죠. 이후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서 작품에 등장했던 많은 식당들이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식객'의 주인공도 다름 아닌 '성찬'이었습니다. 성찬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다양한 음식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 각 에피소드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삶과 철학을 다루는 스토리였죠. 흥미롭게도 성찬을 취재하는 기자로 등장하는 다른 인물은 바로 '진수'입니다. 두 이름이 합쳐진 '진수성찬'은 다름 아닌 귀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진 상태를 말합니다. 작가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죠.
서점에서 만화책을 사들일 정도로 재미있게 본 덕분에 다시 한번 이 후배를 기억해 내게 되었고 혹시 아들이 태어난다면 반드시 이 이름을 주리라 다시 한번 결심을 굳히기도 했었죠.
어느덧 큰애와 둘째가 3년 터울로 세상에 태어났지만 모두 여자아이였고, 저만의 이름 프로젝트는 시간이 훌쩍 흘러 셋째가 태어나고 나서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꼭 사내아이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앞서 딸아이 둘을 키워보니 이번에는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조금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셋째는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혼자 이름을 '성찬'으로 정해두고 속으로 흐뭇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막내 녀석이 글씨를 알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빠, 내 이름은 뜻이 왜 먹는 거예요?"라고 물어오는 아이에게 어느 날 후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만화책에서 읽었던 진수성찬 이야기도 해주었고, 천주교 성당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경건한 의식이라는 얘기도 해주었죠. 자신의 이름이 그렇게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뚱하던 녀석의 표정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아빠 후배 반만큼만 닮아도 아빠는 원이 없겠다'
아들의 이름은 음만 후배 이름에서 빌려오고 태어난 사주에 맞게 한자를 정했습니다. 誠(정성 성) 澯(맑을 찬)입니다.
큰아이의 이름은 '채원'입니다. 아이가 태어날 즈음에 가장 많이 유행한 이름이기도 해서 지금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주 볼 수 있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예쁜 이름을 주고 싶어서 당시 가장 인기 있다는 이름으로 지었었죠. 한자는 아이의 사주에 좋다는 綵(비단 채) 苑(나라동산 원)을 사용했습니다.
둘째의 이름은 원래 언니와 같은 돌림자에 경으로 끝나는 채경으로 지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주에 좋다는 한자가 없어 결국은 '채은'이라는 이름을 택했습니다. 아이들의 사주에 맞추어 지어주다 보니 한자는 통일되지 못하고 좀 다르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彩(채색 채)에 銀(은 은)을 사용합니다.
아이들 이름들을 AI에게 물어보니 큰아이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재능을 가진 아이가, 따뜻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널리 사랑받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이름"이라 하고, 둘째는 "사람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들 녀석은 "진정성과 고결함을 동시에 담고 있어,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라는 뜻을 잘 표현한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하네요.
신기하게도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성격이나 취향이 이름의 의미와 묘하게 닮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살면서 수만 번 불리게 되는 우리들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스스로의 가치관까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꼴을 보고 이름을 짓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이름에 담긴 의미가 내 아이의 모습이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Naming After Appearance" (꼴보고 이름짓는다) is a Korean proverb suggesting things should be named according to their actual form. Yet with children's names, parents do the reverse—choosing meaningful names hoping their child will grow into them. This essay traces a twenty-year journey beginning with a gentle college junior named Seongchan, whose name evoked both the Catholic Eucharist and the feast in a beloved food comic. When the author finally had a son after two daughters, he fulfilled his long-held dream of passing on this beautiful name, discovering over the years that his three children mysteriously grew to embody the meanings embedded in their na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