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요 행사에서 건배주로 선정된 한국술은,
6월의 마지막 날, 평화로운 소식으로 뉴스가 들썩이네요! 트럼프 대통령 국빈 만찬에 이어 남북미 정상의 DMZ 만남까지. 긴장감으로 팽팽하던 한반도에 평화의 물꼬가 트이는 것 같아 축배를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6월은 실제 의미 있던 국가 행사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만찬주의 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방장이 한국술 만찬주를 많이 마셔본 한 달이었습니다.
지난여름과 비교했을 때 아직은 무더운 날씨는 아니지만, 밤낮의 일교차로 인해 무거운 술과 가벼운 술이 공존하는 6월이었습니다. 새로운 술 모임 첫 시간에서도 만찬주로 시작했고, 대전에서 열린 마지막 시음회에서도 만찬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주방장이 선택한 만찬주는 낮은 도수에 탄산의 청량감을 즐길 수 있는 탁주부터 달고 무거운 약주와 증류주까지 다양했죠. 그렇다면 각국 정상을 대접하는 국빈 만찬에서 또는 국가 행사에서 만찬주로 사용된, 즉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술을 소개합니다.
" 만찬주의 밤에 오신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두견주의 두견(杜鵑)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며,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많이 핀다고도 알려진 진달래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면천 두견주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 선정되어 '통일주'라고도 불렸으며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습니다. 또한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 장군이 마시고 원인 모를 병이 나았다고 해서 '약이 되는 술' 또는 '약술'로도 많이 알려진 이술! 마시고 건강이 좋아지는지는 직접 마셔보고 이야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정보
식품유형 약주
알코올 18%
내용량 360ml
성분 찹쌀, 누룩, 진달래꽃, 정제수
양조장 면천두견주 보존회
구매처 술팜
# 코멘트
“추억 속 진달래 꿀 맛과는 다르지만"
이제는 길을 걷다 진달래 꿀을 맛볼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이 꽃을 이용한 술을 마시게 되네요. 진달래 꿀을 쪽쪽 빨아먹었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특징적인 향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면천두견주는 어떤 맛을 품고 있을지 점점 궁금해졌습니다. 분홍색의 진달래를 담은 면천두견주는 실제로 진한 담황색을 띄고 있습니다. 처음 '꼴꼴' 붓고 나니 제법 단향이 올라옵니다. 분명 기억 속 꽃의 단 향은 아니며, 찹쌀과 누룩이 어우러져 마치 벌꿀을 연상시키는 향을 피어오르네요. 첫모금에서 일단 곡물의 단 맛과 풀 향이 느껴집니다. 이후 알코올 도수 18%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듯 스파이시한 향이 코끝을 치고 올라옵니다. 분명 산미는 적어 부드럽게 느껴지는 술이지만 당도가 높아 그렇게 가볍다고는 말할 수 없겠네요. 약도 과하면 독이 되는 것처럼 약이 되는 술이어도 술은 적당히가 좋겠습니다!
# 어울리는 음식
"카프레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메뉴로 토마토, 치즈, 바질, 그리고 올리브 오일만으로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샐러드입니다. 간혹 발사믹을 뿌려 먹는 경우가 있는데, 면천두견주의 끝에서 느껴지는 신선하면서도 스파이시한 향을 헤치지 않기 위해서는 오일에 소금 약간이면 충분합니다.
평안도 지방의 전통주이기도 한 <문배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잡곡을 주원료로 빚는 술로, 야생 배의 일종인 문배의 향이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술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가 '1990년 남북 총리급 회담'에서 극찬을 받으며 대대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한민국 전통주를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하며 남북회담 뿐 아니라 국빈 접대용 국주로도 확실히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평양 모란봉 주암산의 샘물로 담궈야 비로소 참맛을 알 수 있다고 하는 문배술, 꼭 그 맛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 정보
식품유형 증류주
알코올 40%
내용량 200ml
성분 조, 수수, 효모, 국, 정제수
양조장 문배주양조원
구매처 E대형마트
# 코멘트
“투박함 속 은은한 배의 향”
'쌀'만을 기반으로 만드는 한국의 증류주와는 달리 잡곡인 조, 수수, 그리고 쌀을 함께 사용해 빚는 다는 점에서 보다 거칠고 강한 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 고량주의 원료이기도 한 수수가 들어가서인지 다른 증류주 보다 투박하면서도 독특한 향을 지녔는데요. 알코올 도수가 40%가 넘기 때문에 입 안에 오래 머금고 마시기 보다 한 번에 털어 넣고 올라오는 향을 즐기는 방식으로 마셔보았습니다. 느꼈던 향처럼 목을 타고 내려가는 정도는 강하지만 혀 끝에는 은은한 단 향이 남아있습니다. 또한 목에서부터 다시 올라와 코끝을 스치는 꽃 그리고 배의 향까지. 일반적인 쌀만을 이용한 증류주가 아니기 때문에 종종 생각날 술이 될 것 같습니다. 23도와 비교하면 확실히 날카로운 매력과 진한 여운이 있기에 문배술의 진짜 매력을 알고싶다면 40도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 어울리는 음식
"육포다식" 다식의 다(茶)는 차를 말하므로 일반적으로는 송홧가루를 이용한 송화다식이나 흑임자, 오미자 다식을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40%라는 고도주와 함께이기 때문에 제법 기름진 육포를 이용한 다식이 참 잘 어울렸습니다.
지난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로제와인 같지만 오미자로 빚은 막걸리, <오희>를 선보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오미자라고 하면 '단 맛, 신 맛, 매운 맛, 쓴 맛, 짠 맛' 이렇게 다섯 가지의 맛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6의 맛, 사람마다 느끼는 특별한 다른 맛이 담겨져 있다고도 하는데요. 일명 스파클링 막걸리라고도 불리는 오희. 과연 당시 개막식 때의 뜨거운 열기에 박차를 가해줄 수 있었던 술인지 주방장이 한 번 마셔보겠습니다!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8.5%
내용량 500ml
성분 백미, 건오미자, 조효소제, 효모, 정제수
양조장 문경주조
구매처 문경주조
# 코멘트
"여섯 번째의 맛은 빨간 맛"
색을 보면 흡사 로제와인과 같지만 일반 막걸리와 비슷하게 병 바닥에는 침전물이 고여 있으며 생각보다 투명하지는 않습니다. 발포성 술로서 잔에 따라보니 탄산꽃이 환하게 피어 오르는걸 볼 수 있습니다. 스파클링 막걸리의 대표 주자인 복순도가와는 확실히 전혀 다른 개성이라 생각됩니다. 가장 먼저 퍼지는 향은 오미자가 지닌 본연의 향이며 탄산이 '팝팝' 터지는 소리에 시원, 상쾌하게까지 들립니다! 맛은 적당한 신맛과 함께 드라이한 단 맛(?), 쓴 맛 그리고 스파이시한 맛(매운 맛)까지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제가 느낀 여섯 번째의 맛은 바로 '빨간 맛'입니다. 비로소 다섯 가지의 맛이 탄산과 하나가 되었을 때, 있는 그대로를 하나로 바라본 맛인데요. 이 맛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느낀 여섯 번째의 맛은 무슨 맛인가요?
# 어울리는 음식
"토마토당절임을 곁들인 바닐라 밀푀유" 바삭하고도 부드러운 밀푀유에 껍질 벗겨 당성분에 절인 토마토를 곁들여봅니다. 생각보다 단 맛이 강하지 않은 오미자는 토마토당절임이, 밀푀유의 뭉쳐있는 향은 오희가 가진 다양한 맛과 어우러져 보다 풍부하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백련막걸리와 백련맑은술로 유명한 '신평양조장'은 1933년부터 당진의 해나루쌀을 이용해 같은 자리에서만 3대째 술을 빚는 양조장입니다. 사찰에서 연잎을 곡차에 띄워 빚던 방식을 기반으로 하며, 이를 차의 형태로 가공하여 발효과정에 첨가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게다가 한결같은 맛과 품질에 <2009 청와대 만찬주>, <2014 삼성사장단 건배주(맑은술)>로까지 선정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술입니다. 오늘은 그 중 청와대 만찬주로 유명한 <백련 생막걸리 Misty>를 한 번 마셔보겠습니다.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7%
내용량 500ml
성분 쌀, 물엿, 과당, 누룩, 연잎, 구연산, 조제종국, 효모, 아스파탐, 정제효소, 젖산
양조장 신평양조장
구매처 신평양조장
# 코멘트
"질리지 않는 부드러움"
어느새부턴가 라벨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특히나 신평양조장의 술처럼 글이 아닌 그림이 있다면 말이죠. 선비가연꽃에 위에 앉아 유유자적하게 술을 마시는 그림인데요. 이는 술에 욕심을 내지 아니하고 맛을 음미하는 모습을 나타냄으로 신평양조장이 지향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 따르면서 느껴지는 향은 여느 막걸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은은하게 나는 무언가가 분명 있습니다. 연잎밥을 직접 쪄봤다면 은은하게 나는 향이 연잎의 향이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거에요. 맛에서도 강하게 풍기지는 않지만 쌀의 단 향과 함께 적당한 신 맛, 그리고 약 탄산까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살균이 아니기 때문에 부드러운 탄산에 질리지 않는 맛을 선사해주는 <백련 생막걸리 Misty>였습니다.
# 어울리는 음식
"연잎밥" 묵직하지 않으며 질리지 않는 탄산의 부드러움은 입 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술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백련Misty 속 연잎의 향을 찾기란 어렵죠. 직접 연잎밥에 좋아하는 연근, 단호박, 견과류들을 넣고 쪄보면서 연잎향이 벤 찰밥과 함께 곁들인다면 다른 부러울게 있을까요?
이화(利化)백주, 서로 마실수록 이롭다 라는 뜻을 가진 이화백주는 '2017 청와대 재외공관장' 만찬 때 건배주로 사용되며 화제가 된 탁주입니다. 재료부터 고급 원료를 사용하며, 본 발효 이후 쌀을 추가로 넣으며 보다 풍부한 맛에 강한 탄산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은 다른 탁주에 비해 비싸게 느껴질지 모르나 더 이상 배를 채우기 위해 '먹던' 막걸리가 아니라, 충분히 맛과 향을 즐기며 '마시는'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강한 탄산 때문에 막폐인(막걸리 샴폐인)이라고도 불리는 이화백주는 과연 저에게 어떤 즐거움을 또 안겨줄까요?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6%
내용량 940ml
성분 햅쌀, 누룩, 정제수
양조장 하늘못양조장
구매처 하늘못양조장
# 코멘트
“막폐인? 아니 막걸리!”
먼저 '개봉시 주의사항'은 꼭 숙지하고 열 것을 당부드립니다. 처음 병뚜껑을 돌리면 지개미가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위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아주 멋집니다. 천천히 열고 닫고를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레 잘 섞인 이화백주를 만나볼 수 있죠. 막폐인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복순도가 손막걸리'와 비교를 하면서 시음하는 것도 재밌는 점인데요. 막폐인 양대산맥인 두 술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산미와 드라이함 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루티함에서 느껴지는 산미에 긴 여운을 원한다면 복순도가를, 그리고 달지 않지만 깔끔한 맛(드라이함)을 생각한다면 이화백주를 선택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분명한건 상쾌한 시작을 알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술이라는 사실입니다.
# 어울리는 음식
"가라아게" 닭을 튀긴 메뉴는 전세계에 다 있지만 오늘 이화백주와 함께 곁들일 메뉴는 가라아게 입니다. 새콤달콤하게 만드는 중국식 닭튀김과는 달리 간장으로 간을 하며, 달걀을 전란 다 사용한다는 점에서 겉은 바삭하며 속은 간간한 가라아게. 기름진 닭튀김에 드라이하면서도 적당히 당도, 산미를 가진 이화백주 한 잔이면 코앞까지 다가온 무더운 여름도 두렵지 않아요!
2019년 6월호 <월간 주방장>에서는 국가 주요 행사에서 건배주로 선정된 한국술을 소개해봤습니다. 중요한 자리에서 선정되고 선보여지는 술들은 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죠. 술엔 그 나라 고유의 정체성과 스토리가 담겨있기 때문에 어떤 한국술이 만찬주로 사용되었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입니다. 이번 만찬주 역시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한국술을 좋아하는 다양한 분들과 함께 대화하고 나누어 보았어요. 만찬주답게 멋지게 건배하며 페어링까지 함께 해보니 더욱 즐거웠습니다. 역시 한국술은 좋은 사람과 이야기, 맛있는 음식이 함께하면 그 매력이 배가 되는 듯 합니다.
6월에도 잊지 않고 꼽아 본 '장원 술과 아쉬운 차석 술' 선정입니다.
이달의 장원(베스트 우리술)은 문배술 입니다. 만찬주로 사용된 횟수만큼이나 맛이나 향, 의미 모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7월에도 한국술의 맛과 멋을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변화하겠습니다.
다음 달에도 많이 마시고 요리하고 즐기며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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