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반지 Dec 08. 2021

"직업상담직 공무원은 무슨 일을 하나요?"

40대 늦깎이 공무원의 슬기로운(?) 공직생활

1, 붕어빵에 붕어는 없다.
(슬퍼할 일은 아니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직렬 공무원'은 '직업'을 '상담'해주는 일을 '안' 한다.


고용노동부는 행정직렬과 직업상담직렬로 나뉜다. 나는 시험을 준비할 때 행정직렬이 뭘 하는지는 관심이 없고(행정업무, 근로감독관을 하겠지) 일단 직업상담직렬만 바라봤다. 이유는 하나다. '직업상담직'이라는 이름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평생 밥벌이를 뭐로 할지 매우 중요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이것을 같이 고민하고 가르쳐주는 곳은 별로 없다. 학창 시절 내내 시험과 성적의 뫼비우스 띠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대학을 입학한 이후엔 그냥 막연하게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이리저리 스펙을 채우거나 공기업이나 공무원의 길에 친구 따라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종종 본인의 꼼꼼함 계획하에 그 길에 서 있는 이도 있지만 이들은 소수이다.


처음에 직업상담사 자격증이 흥미로웠다. 이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가장 먼저 도움을 주고 싶은 대상은 우리 아이들이었다. 다른 사람을 돕지는 못해도 이 공부를 해 놓으면 최소한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무조건적 백점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본인이 평생 하고 싶은 밥벌이를 위한 조건적 공부를 했으면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격증 공부가 엉뚱하게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직 공무원까지 영역을 넓힌 것은 내 인생의 자주 있었던 '객기'(?)였다.  어쩌다 직업상담직렬 공무원이 된 나는 본격적으로 직업을 상담해주고 진로를 고민해주는 일을 할 생각 하니 오랜만에 기분 좋게 심장이 뛰었다.




전국의 모든 고용센터의 직업상담직렬의 공무원 중에 직업을 상담해주는 일을 하는 공무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는 극히 소수일 것이다. 우리 센터의 예를 들자면 21년 1월 임용된 직업상담직은 나 포함 2명이었다. 나는 기업지원팀에 발령, 나머지 동기는 실업급여 수급자격심사팀에 발령 났다.


그리고 실제로 고용센터의 조직도를 보면 고용센터에서 하는 주된 심사 업무들 즉 국민취업지원제도 수급자격심사, 실업급여 수급자격심사, 직업능력개발팀에서 훈련기관을 관리하거나 기업지원팀의 각종 지원금 자격심사 등에 직업상담직렬이 배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부정수급팀에서 고용보험수사관(특별사법경찰관)으로 검사의 지휘를 받으며 수사업무도 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직업, 진로를 상담해주는 취업지원 서비스는 모두 '직업상담원'들이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직업상담원'은 고용노동부 '공무직'이다. 이 분들이 이미 '직업을 상담해주는'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직렬은 고용센터를 지키는 고노부 공무원이고, 고용노동부 행정직렬은 근로감독관으로 노동청을 지키고 있는 고노부 공무원인 것 같다. 행정직렬이 고용센터에 없지는 않다. 있긴 한데 소수이고 몇 년 채우고 결국 노동청으로 간다. 그에 반해 직업상담직렬은 고용센터의 주요 심사 업무를 하며 센터를 끝까지 지키는 센터 지킴이들이다.


21년 1월 줌 연수할 때도 행정직렬에 비해 소수인 직업상담직렬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 몇 명의 동기가 질문을 던졌지만 답변은 좀체 명확하지 않았다. 어떤 선배님은 직렬의 이름에 걸맞은 업무를 한다고 하면서 상담업무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좋다고까지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 같은 경우는 처음 고용유지 지원금 업무를 맡았을 때 엑셀 학원을 다니고 싶었다.


2. 붕어빵에 붕어가 없기 때문에 더 맛있다.
(기뻐해야 하는데.....ㅎㅎ)

 

우리 센터가 대형센터가 아니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언뜻 고노부 동기 단톡방을 봐도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상황은 비슷한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린 추운 겨울, 붕어빵에 붕어가 없어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을 맛있게 먹는다. 오히려 진짜 붕어가 들어갔더라면 어찌 먹었으랴, 그 가격에 그 크기로 말이다.


직업상담직렬도 추운 겨울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용센터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생각한 것과 달라서 처음엔 좀 당황스럽지만 이내 업무를 하다 보면  이 업무의 무게감에 합격 후 팔짝팔짝 뛰어놀던 내 마음은 진지모드로 전환된다.

나와 함께 열일하고 있는 친구들



공무원을 준비하는 동안 '직업상담직렬'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유튜브에도 '직업상담원' 브이로그는 있는데 '직업상담직 공무원'  브이로그는 없었다. 근로감독관을 수행하는 현직 공무원 정보도 간간이 보였지만 '직업상담직 공무원'에 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 소수 직렬이라 그런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해당 직렬 현직 공무원의 정보가 없을 줄이야.


그래서 나는 결심을 했다. '내가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공무원이 된다면 꼭 직업상담직 현직 공무원의 에피소드를 쓰자,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썼다. 그런데 정작 내가 정말 궁금했던 '직업상담직 공무원'은 무슨 일을 하는지  쓰지 않고 있었다. 겨울이 오니 생각이 났다. 아마도 겨울에 공무원이 돼볼까 라는 생각을 슬금슬금 해서 그런가 보다.

 

'직업상담직'이라는 이름을 넘어선 의미심장한 업무들을 하고 있는 직업상담직 서기보 김주무관은 오늘도 육아휴직급여와 출산휴가급여를 처리하기 위해 열심히 사업장 담당자들과 통화 중이다. 이 급여들의 핵심 중 하나는 통상임금 판단이다. 근로자의 통상임금을 확정하기 위해 조사를 한다. "사업장에서 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있는 데 관련 입증자료들을 보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아, 네, 그럼 근로계약서와 나머지 4명의 근로자 3개월치 급여대장을 팩스로 보내주세요."


물을 많이 타 연해진 카누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다시 서류를 본다. 그러니까 직업상담직 무원인 나는 이런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파트 앞에서 붕어빵을 삼천 어치 샀다. 진지하게 먹어봤다. 역시 맛이 좋다. 그리고 나의 붕어빵 이야기들을 써 봤다.



이전 22화 국민신문고 답변은 처음이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