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무의 특별한 번식법
길에서 구조된, 이른바 구조목(救助木)인 복자씨는 또 한 번의 봄을 맞아 거침없이 가지를 뻗어 올리더니, 이제 담장 너머 이웃집 옥상 마당을 기웃기웃 들여다볼 정도로 키가 높아졌다.
멀대 같이 키만 올린 것이 아니다. 사계절 바람 많은 동네의 높은 곳에서 버티고 서 있어서인지, 둥지도 더 굵고 단단해져서 이제는 자신의 본명 그대로 어엿한 ‘나도박달나무’임을 큰소리 칠 정도가 되었다.
아직 봄도 여름도 한참이나 남았건만, 앞으로 얼마나 더 생장을 하게 될지 나의 기대와 걱정도 함께 자라기만 한다. 봄날을 환호하며 푸른 하늘 높이 쏘아 올리는 듯한 나무 끝부분의 빨간 폭죽들은, 아직도 새로운 가지와 애잎들이 돋아나고 있다는 뜻이니까. 저 깊지 않은 화단에 뿌리를 뻗을 자리가 더 남아있기나 할까.
그런데 이렇게 성큼 자라난 나무는, 나도 모르는 사이 이웃집과 몰래 인사를 나누고는, 꽃 한 송이 피우지 않고도 씨앗을 흩뿌리고 뿌리를 슬며시 담갔다.
따뜻한 봄기운에 드디어 덧문을 열어젖히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옥상으로 나온 담 너머의 한 이웃은, 봄바람에 신록을 흔들거리며 춤을 추고 있는 복자씨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자기도 나무를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화원을 찾아갔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느 날 저녁, 몇 개의 화분을 집으로 들이던 흙 묻은 손을 잠시 멈추고 쑥스럽게 고백을 하였다.
오늘 아침 해바라기 씨앗 몇 개를 눌러 심다가, 잎사귀 부딪히는 기척에 끌려 까치발로 슬쩍 넘겨다 본 그녀의 화단에, 새로 이사 온 꽃나무 서너 그루가 동풍에 몸을 떨며 옹기종기 줄지어 서있다.
나무가 심은 나무다. 사람의 마음에 씨앗을 떨구어, 숙주의 몸을 조종하여 복제해 낸, 닮은꼴의 생물종이자 이웃이다.
숲을 걷어낸 자리에 철근을 꽂고 콘크리트를 부어 세워 올린 이 잔악무도한 신도시 안에서, 어쩌면 나무는 새로운 번식법을 찾아내어 계속 살아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 복자씨의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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