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힐링 할 것 같지만 ...
짧은 시간 계획한 여정을 마치는 여행과 다르게, 구지 비유하자면 해외에 정착한다는 것은 배수진을 치는 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물론 다시 귀국하면 되겠지만, 그 또한 삶의 터전을 또 한번 바꾸는 큰 결심을 요하고 많은 신변정리가 필요한 고단한 과정이다. Zoom으로 전세계 사람들과 미팅이 가능하고,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해외직구도 너무나 일상적인 요즘과 같은 시대에도 사는 나라를 바꾸는 일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프랑스, 특히 프랑스 남부에서 살면 하루하루 힐링하며 살 수 있을 것만 같지만서도...
입국 후 신체검사, 은행 계좌 개설, 집 구하기, 거주증 신청 (요즈음은 1년 이상 거주할 경우에는 한국에서 1년짜리 장기 비자를 받아와서 1년간은 거주증으로 갈음하고 이후 정식 거주증을 신청하게 되지만, 2009년만 해도 3개월짜리 비자를 받아와서, 프랑스 입국 후 2개월 이내 거주증을 신청해야만 했었다) 등 하루가 멀다하고 처리해야 할 편지가 항상 수북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프랑스 입국 전 한국의 프랑스 대사관에서 3개월 비자를 받았을 때 함께 따라온 작은 종이에 적혀 있던 문구가 일기장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었다는 걸 오늘 다시 발견.
Vous avez obtenu un visa de long séjour pour la France. Dans les deux mois suivant votre arrivée en France, vous devez vous présenter auprès de l’’autorité préfectorale de votre lieu de résidence (service de étranges) afin de déposer une demande de carte de séjour. Vous n’êtes pas autorisé à circuler hors de France tant que vous n’avez pas obtenu votre carte de séjour.
응?
그 때만 해도 불어가 서툴렀고 (아직도 서툴지만), 프랑스 비자를 받았으니 같이 따라온 사용설명서? 지침?도 프랑스말로 적혀 있는게 너무 당연하지만, 그 때만 해도 왜 그렇게 낯설었던지...
앙티브 거리에 나서면 관광객, 현지인들이 노천까페, 레스토랑에 가득했고, 해변에도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는 사람들이 즐비했었는데,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각종 지침을 담은 행정 편지들과 씨름하다 길을 나섰던 나는 그들과는 다른 이방인같은 느낌을 어찌나 많이 받았었던지...
누구나 프랑스에 정착하면, 행정 처리의 달인이 되는 것 같다.
한번에 끝나는 행정처리가 있는 반면, 지속적인 처리가 요구되는 (정말 요구되는 것임) 의료보험 및 거주증 등의 행정처리 들이 있고, 이 모든 과정이 거의 편지로 이루어졌던 2009년 만 해도, 한국에서 평생할 행정처리를 그 해 다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많은 편지를 받고 보냈던 것 같다. 행정처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집 구할 때도, 집을 구한 이후에도 처리해야 할 서류 작업도 많았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의료 보험에 가입하는 절차가 외국인인 경우 (검증해 본 적은 없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정말 그랬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가입이 된 이후에도 병원을 이용하는 절차가 우리나라와 사뭇달라 (아주 간단히 얘기하면, 우선 의사에게 진료비 전체를 일시불로 지급하고 나중에 의료 보험 가입 상태에 따라 환급을 받는 구조 - 나중에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듯, 정말 책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할 얘기가 많다) 계속 확인할 것들이 많은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 과정들이 우편으로 진행이 되니 여기에 쓰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었다. 정말 행정 처리의 달인이 되어야만 했던 것.
프랑스 행정 처리 얘기를 쓰다 보니 기운이 빠진다.
담에 밥 많이 먹고, 기운을 내서, 많은 용기를 불어 넣고, 작정하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