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이국의 대지 위,
바람은 낯선 음율로 속삭이고
햇살도 숨어버린 무명의 자리
나는 흔들리던 갈대처럼,
기대와 두려움의 파도를 넘었네
니스 공항에 내린 너,
먼 항로를 건너온 별빛,
짐가방 위로 낮게 떠다니는 소망이었지
네가 천천히 걸어오던 순간,
긴 심해에서 눈을 뜬 진주가
처음 속삭이는 빛처럼
나의 공허에 닿아
가득 채웠네
그 눈빛,
흔들림 없는 등불처럼
내 모든 길을 밝혔지
앙티브의 밤,
너의 발소리는
어둠 속 찬란히 타오르는
천 개의 촛불처럼 퍼져나가
네 속삭임은
낡은 벽돌 하나하나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고
너의 온기가 머문 빈 방은
우리의 꿈을 안은 요람처럼,
시간의 흔적조차 잊었네
새벽의 첫 울음,
작은 손이 세상을 움켜쥐던 그날,
우리 아이의 울음은 찬란한 새벽의 종소리로
이 땅을 깨웠고,
그 순간 나는 알았지
너와 내가 흐르던 두 개의 강이
더 큰 강으로 이어졌음을
장모님의 미소,
안도의 숨결이 작은 세상을 축복하고,
발걸음 하나하나에 스며든 사랑은
집 안 구석구석 남아
멀리서도 우리를 감싸겠다 약속했네
그러나 이별의 날,
장모님이 떠나던 날,
너의 온몸으로 부르짖는 흐느낌은
얼어붙은 겨울의 나목처럼 떨렸고,
그 떨림을 내 품에 새기며
나는 깨달았지
결코 나는 너를 떠날 수 없음을
너와 함께 만든 작은 세계에서
나는 매일 새로운 삶을 배워갔네
너와 함께한 모든 날들,
너의 손길이 닿은 이 땅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아
조용히 매일 읊조리네
'나와 함께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
Je t'aime
작가 주:
오래 전 한국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때의 상황을
(올해 초 다시 그 곳에 방문했을 때) 추억하며
쓴 시입니다.
제가 먼저 이주하고 와이프가 뒤따라 왔었습니다.